이혜진 우송정보대학 병원행정과 교수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모두에게 나름의 빛나는 시절 전성기가 있듯 메뚜기도 6월 중순이 되면 들녘에서 마치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활개를 치나 그 왕성함도 잠시 한철이 지나고 나면 무상하게 수그러든다는 뜻이다. 이 뜻을 모를 리 없겠지만 필자는 다른 의미로 풀어본다.

7월이 시작되던 첫날, 지난 2월 졸업한 제자에게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저 A예요.’ A가 이름을 안 밝혀도 저장이 돼 있던 터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실 최근 졸업한 학생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졸업식도 못하고 각자 졸업장만 받아갔으니 두고두고 미안하다. A가 전해온 소식은 취업소식이었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임상상황을 볼 때 어려울 것을 예상했기에 반가웠다. 게다가 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취업했다니. 물론 그 뒤에 단기계약직이라는 말을 했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한 A의 말끝이 마음에 걸렸다.

'메뚜기도 한철이다.' 그렇다. 바짝 하고 끝내자는 게 아니다. 상황을 보면서 앞일을 계획해보자는 뜻이다. 당장 마땅한 자리가 없다면 단기계약직도 소홀히 보지 말자. A가 지금은 비록 단기계약으로 취업했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건 아니다. 식상할 수 있으나 대학병원에서의 1년의 경험치는 분명 자양분이 된다. 타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중소병원도 역시 구인난을 호소한다. 반대로 취준생들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며 구직난을 호소한다. 서로의 니즈가 맞지 않아 생긴 현상이랄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상담하다보면 ‘양질의 일자리’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필자가 하기도 한다. 서로가 정해놓은 ‘양질의 일자리’ 기준이 맞지 않아 생긴 간극이다. 전문대학 학생은 2년 또는 3년간 해당 업무 분야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준에 맞춰 교육이 이루어진다.

NCS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필자가 속한 병원행정과의 학습모듈은 보건지원 분야이다. 학생들은 2년 동안 다양한 관련 교육을 받아 이를 기초로 취업을 준비한다. NCS 기준에 맞춰 과정을 이수해 나가는 우리 학생들은 2년 동안 1종의 면허증과 4종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 전에 4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자격증 취득을 위해 2년 동안 이수해야 할 필수 전공과목이 4년제 학생들과 같다. 입학과 동시에 전공공부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 학기마다 있는 자격시험을 위해서 비교과 특강수업도 갖는다. 그 첫 번째 시험이 지난달 있었는데 지난주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전체 등록된 학생의 75%가 응시해 그 중 81.6% 학생이 합격했다. 코로나19로 갑작스레 모든 전공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이루어진 것에 비하면 훌륭한 결과다.

장기간 지속되는 취업난 속에 2년제 전문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취업은 나날이 더 힘들어진다. 학생들은 특성화고교, 4년제 대학에 밀리는 형국이라며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건계열 학생들의 수요는 많은 터라 타 학과 학생들에 비하면 학생들의 취업률은 늘 상위권에 속한다. 필자가 소속된 병원행정과 학생들의 취업률 역시 평균 84.9%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월 졸업생의 64.4%가 취업에 성공했다. 수치에는 단기 계약직 형태로 고용된 경우도 있을 것이고 본인이 원치 않는 직장, 또는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양질의 직장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듯 지금의 시간은 한철로 마무리 될 것이다. 빛나는 긴 한철의 전성기를 위한 도움닫기의 시간이랄까. 카페나 편의점 알바를 메뚜기 뛰듯 옮겨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전공수업과 다른 특강수업으로 빽빽한 일정으로 매 학기를 보낼때마다 학생들에게 중의적 의미로 ‘메뚜기도 한철이다’라는 말을 한다. 6월 중순의 제 세상 만난 메뚜기처럼 모두에게 빛나는 그날을 위한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단어 그대로 어려움도 한철이라 무성할 것 같은 기세도 꺾이게 마련이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면 떨어지는 감은 곯아 있고 매달려 있는 감은 까치가 먼저 채간다. 감 따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빠르게 달디단 감을 먹을 수 있다. 흘려 들어도 아쉽지 않을 말을 흘려 듣지 않고 대학병원에 취업한 A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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