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왕국 프로이센/한국 문화재 제도의 탄생/20세기 전환기 동아시아 지식장과 근대한국학 탄생의 계보… 외 31권

▲ 강철왕국 프로이센 = 크리스토퍼 클라크 지음. 박병화 옮김.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공국(公國), 왕국, 바이마르공화국의 주(州)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사라져버린 프로이센의 역사를 다뤘다.

‘강철왕국 : 프로이센의 흥망(Iron Kingdom : The Rise and Downfall of Prussia) 1600-1947’이란 원제처럼, 책은 프로이센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면서, 7년 전쟁과 멸망의 위기 등 역사의 분수령이 됐던 사건,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를 살핀다.

또 오스트리아·프랑스·러시아 동맹군과 7년간 전쟁을 벌인 프리드리히 대왕(1712∼1786),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1815∼1898), 독일의 제2대 황제 빌헬름 2세(1859∼1941) 등 프로이센과 관련한 주요 인물도 빠짐없이 다룬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클라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20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원인을 다룬 저서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을 펴냈다. 이 책은 2017년 제프리 펠트먼 당시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리용호 외무상에게 건네지기도 했다.

마티. 1056쪽. 4만9000원.

▲ 한국 문화재 제도의 탄생 = 김종수 지음.

1900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근대화가 추진되는 시기인 1962년까지 60여년 간의 우리나라 문화재 제도의 탄생과 변천, 성립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연구서다.

저자는 예전에도 건축물과 성곽 등을 수리 및 중수하고 보물을 보관하고 감상하는 전통이 있었지만,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문화재 관리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유적과 유물의 가치를 인식해 보호하는 시스템은 근대에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문화재 제도는 일제강점기 근대 문화재 관리제도와 대한제국의 유산인 구황실재산관리 제도가 광복 후 통합돼 성립됐다. 책은 그 역사적 전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김종수 교육기획과장이 썼다.

민속원. 392쪽. 3만7000원.

▲ 20세기 전환기 동아시아 지식장과 근대한국학 탄생의 계보 =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엮음.

1980년대 이래 한국학 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한국학의 형성 과정을 재조명하고 21세기 한국학의 전망을 모색했다.

1부에서는 한국학의 근대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과연 한국학이라는 학문이 성립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부에서는 근대 시기에 한국학 형성의 기원과 전개 양상을 짚어보고, 3부에서는 근대한국학 성립에 관여한 이들의 생각을 검토한다.

소명출판. 437쪽. 3만2000원.

▲ 언 다르고 어 다르다 = 김철호 지음.

한자 의미소로 된 낱말의 다양한 용례를 통해 낱말 구성의 원리와 그 실제를 톺아본다.

신(身)과 체(體)는 다 ‘몸’을 의미하지만, ‘인신매매’, ‘인체공학’이라는 말은 있어도 ‘인체매매’, ‘인신공학’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크게 봐서 ‘신’은 인격체를 포함하고 ‘체’에는 ‘정신’의 요소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신’은 ‘시체’보다 ‘점잖은’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에는 일리가 있다.

‘신’과 ‘체’를 설명한 장의 말미에는 각각의 글자가 들어간 낱말들의 목록을 정리했는데, 두 글자를 교차해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면 둘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뜻이 구분됨을 알 수 있다.

안(顔)과 면(面), 용(容)과 모(貌)도 비슷한 방식으로 구분된다. ‘안’과 ‘용’은 감정·태도·인격 등 내면을 표현하는 얼굴이며 ‘높임’의 의미가 포함된다. ‘면’과 ‘모’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초점을 둔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16개의 표제어와 그로부터 파생된 69개 의미소에 딸린 낱말과 표현 3000여가지를 제시하면서 차이를 설명한다.

돌베개. 367쪽. 1만5800원.

▲ 영화 속 범죄 코드를 찾아라 =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한국 최초의 범죄학 박사인 저자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 37편을 범죄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눈여겨볼 대목과 더 고민해야 할 지점 등을 알려준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대표적 범죄 스릴러 가운데 하나인 ‘양들의 침묵’은 미국의 몇몇 연쇄 살인범의 실제 범죄를 조합해 범죄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연방수사국(FBI)이 개발한 프로파일링의 적용 과정을 묘사한다. 또 사형제의 존폐 논의, 범죄자의 권리 범위, 남성과 여성 권력의 대치 등을 읽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션스 일레븐’은 범죄단체 구성과 범죄의 조직화, 전문화, 그리고 그들 범죄의 특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주인공 오션이 테리 베네딕트에게 지나친 보복을 가하는 대목에서는 크게는 형사정책, 작게는 형벌의 목적을 생각하면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밖에 1973년 개봉된 ‘황무지’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절정이라고 평가받는 ‘거짓의 F’,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치 미 이프 유 캔’, 21세기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암시한 ‘인셉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처절한 삶을 그린 ‘메멘토’ 등을 분석한다.

퍼시픽 도도. 460쪽. 2만원.

▲ 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처음이지? = 곽영직 지음.

지구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생명체는 어떻게 존재하게 됐을까. 인류는 또 언제 어떻게 탄생해 오늘에 이르렀을까.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거기에 생명의 역사가 있고, 그 생명이 지구에 살고 있으므로 지구의 역사도 등장한다. 이 책은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근원을 밝힌다.

수원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는 지구와 생명의 모든 것들을 역사 과정으로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뿐 아니라 우주와 태양계,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과 같은 연대기적 기술로 인간의 기원을 캐내고 그 발전을 더듬는다.

관련 도표와 그림, 사진자료들이 곁들여져 어려운 과학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게 한다.

북멘토. 316쪽. 1만6000원.

▲ 젠더, 공간, 권력 = 안숙영 지음.

젠더 간의 권력관계 때문에 여성과 남성이 공간을 서로 다르게 경험한다는 사실은 최근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공간이 주로 ‘물리적 공간’으로 이해되는 가운데 젠더, 계급, 인종과 같은 사회적 카테고리와 무관하게 배치되고 작동하는 것으로 간주돼와서다.

하지만 공간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성격을 띠는 물리적 공간이라기보다 젠더에 기초한 불평등한 사회적 권력관계가 물질적으로 응축돼 나타나는 사회적 공간의 특징을 지닌다.

이 책은 권력관계로서의 젠더관계에 기초한 젠더 불평등이나 젠더 억압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젠더, 공간, 권력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젠더에 따른 공간적 이분법의 현주소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대안적 공간의 생산을 바탕으로 이런 이분법을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울. 256쪽. 2만5000원.

▲ 마음을 아는 자가 이긴다 = 김상임 지음.

비즈니스 코칭에 마음을 접목한 비즈니스 마음 코칭 전문가인 저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게 사람의 마음이라며, 누군가를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대인관계, 습관 등 인생의 모든 것은 분명한 의도를 가져야 제대로 변한다. 의도를 가지고 내 마음을 알아주면 내가 변하고, 상대의 마음을 들어주면 상대가 변한다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그 마음 세트는 ‘생각’, ‘감정’, ‘갈망’이다.

이 책에는 복사기 화법, 3단계 경청 같은 타인과의 소통뿐 아니라 심호흡법, 바른 자세, 하루 5분 명상 등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해주는 방법들도 언급돼 있다.

쏭북스. 296쪽. 1만6000원.

▲ 나도 내가 처음이라 = 전효성 지음

가수 겸 배우 전효성이 첫 에세이 ‘나도 내가 처음이라’를 출간했다.

소속사 JHS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나도 내가 처음이라’는 수려하지는 않지만, 전효성만의 문체로 진솔하게 그의 생각과 진심을 전한 책이다.

‘진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긍정의 방식을 들려주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굳이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전효성은 지난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했으며 2013년 OCN 드라마 ‘처용’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MBC FM4U ‘꿈꾸는 라디오’ DJ를 맡아 청취자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전효성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에세이 출간을 예고한 바 있다.

스튜디오오드리. 208쪽. 1만4500원

▲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 랜디 찰스 에핑 지음, 이가영 옮김.

유럽의 투자은행과 국제 컨설팅 기업 등에서 25년 넘게 활동해온 금융 전문가가 세계 경제의 기초 지식부터 그린 뉴딜 같은 미래 경제 트렌드까지 반드시 알아야 할 세계 경제의 핵심을 생생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복잡한 수식은 가급적 배제하고 기초적인 개념과 그것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줘 세계 경제를 큰 틀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갖도록 돕는다.

세계 경제에 관한 기초 지식을 다룬 1장에서는 세계 경제의 융합적 성격과 디지털 경제로 만들어낸 새로운 돈의 개념, 국제금융기구의 역할, 국가 간 경제력 비교 등에 관해 해설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이 나의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 온라인 경제, 사물 인터넷, 로봇과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새로운 추세들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논하고 세계화와 무역전쟁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또 기후변화, 더 나은 자본주의, 노동운동, 보편적 의료보장 등 미래의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슈들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일러스트와 함께 본문을 구성해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장의 말미에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용어 해설을 담았다.

어크로스. 412쪽. 1만6800원.

▲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박상준 지음.

우주여행부터 냉동 인간과 사이보그,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다뤘던 소재를 통해 과학 원리와 과학계의 이슈를 풀어낸다.

SF 영화 ‘어비스’에는 쥐가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에서 숨을 쉬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한 퍼플루오로데칼린이라는 물질은 포유류의 폐에 들어가면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교환 작용을 일으켜 숨을 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중력을 벗어날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일이며 지금까지는 로켓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지구에서 우주 궤도의 정지 위성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이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간단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이미 1895년 러시아 우주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처음 구상했고 아서 클라크가 1979년 발표한 장편소설 ‘낙원의 샘’에도 등장하는 개념이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와 반대로 SF 영화나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인간의 인공동면은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인간의 몸을 냉동시켰다가는 세포 내 수분이 얼면서 세포벽을 다 찢어버릴 것이니 다시 깨어날 수 없다. 미국의 한 재단이 시행하는 사망자의 냉동 보존 사업은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일종의 부동액 성분을 채워 넣는 방법으로 신체를 보존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렇게 보존된 신체가 생명을 회복할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책은 이 밖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서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부터 떠오르는 신예 작가인 류츠신의 ‘삼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F에 나타난 장면의 실현 가능성과 그 속에 감춰진 과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을유문화사. 336쪽. 1만5000원.

▲ 삼성 라이징 = 제프리 케인 지음, 윤영호 옮김.

수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삼성에 관해 취재하고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타임’ 등에 기고해온 저자가 설탕, 종이 등을 생산하던 개발도상국의 작은 기업 삼성이 40년 만에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비사를 파헤친다.

저자는 2010년 취재를 위해 처음 삼성 수원 캠퍼스를 찾은 이래 10년간 삼성을 추적하며 400명 이상의 전·현직 삼성 임직원과 관련 정치인, 사업가, 언론인, 사회운동가, 창업주 가문의 구성원을 인터뷰했으며 이 책은 그 같은 취재 노력의 성과물이다. 책을 쓰는 데 삼성이 협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삼성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1983년 11월 한국에서 28세이던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잡스는 미래는 모바일의 시대가 될 것을 알고 있었고 이병철 회장은 이 총명한 청년이 보여준 청사진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만남은 삼성이 반도체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줬으며 삼성이 없었다면 애플의 아이폰도 없었을 것이고 잡스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1938년 청년 이병철이 청과물과 건어물을 파는 가게를 차리고 ‘삼성상회’라는 이름을 내걸었을 때부터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2세 이건희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3세 경영권 승계와 그로 인한 수사, 재판 등 삼성의 역사에 큰 변곡점이 됐던 사건들을 훑는다.

저자는 “이씨 왕조의 몰락은 회사의 꾸준한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삼성은 당분간 후계자를 잃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며, 그 이름의 공화국은 존속하고 있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저스트북스. 520쪽. 2만2000원.

▲ 한류의 역사 = 강준만 지음.

‘대중문화 공화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한류의 역사를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70여년에 걸쳐 기록하고 탐구한다.

대중문화 공화국이란 냉소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자는 뜻에서 제안한 용어다. 저자는 세계 인구의 0.7%를 차지하는 한국이 이뤄냈다고 해서 ‘0.7%의 반란’이라고도 불리는 한류 열풍은 대중문화 공화국의 역량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 치하에서도, 민주주의를 박탈당한 군사독재 정권 치하에서도, 엔터테인먼트 문화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으며 내내 번성했다는 점에서 한국인이야말로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의 전형이라고 부를 만하다.

저자는 한류가 어느 시점의 어느 사건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으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을 둔다고 설명한다. 비교적 실체 있는 근원으로서 해방 이후만을 보더라도 미군의 주둔, AFKN-TV 개국 등에 영향을 받은 미국 대중문화 유입,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김 시스터스, 196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유행,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상징되는 1970년대 청년 문화 등의 흐름이 바탕이 됐다.

이어 최근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 등의 큰 흐름과 주요 사건을 훑어본 저자는 해방 이후 전쟁과 같은 삶, 역동성 넘치는 사회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조건 중 하나가 대중문화였다고 풀이한다.

한류 열풍이 드리운 어두운 그늘도 살펴본다,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정황으로 드러난 산업 내 굳어진 부조리, 방송·영화계의 착취 구조, 대중문화계 일각의 성 상납,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들이다.

이처럼 한류가 자랑스러운 요소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 저자는 “한국인들이 한류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류가 자국 이기주의적 욕망의 충족을 넘어 국가 간 쌍방향 교류와 소통에 기여할 수 있고 이런 ‘역지사지’를 내부적으로도 적용해 승자 독식형 인력 착취를 개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물과사상사. 732쪽. 3만3000원.

▲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 = 박건호 지음.

대학교 국사학과 1학년 때 답사를 하러 가서 우연히 빗살무늬토기 파편을 주운 것을 계기로 30여년간 역사 자료를 모으며 컬렉터로 살아온 저자가 수집품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한다.

사진 한 장에서부터 일기장, 편지, 영수증, 사인, 사직서, 온갖 증명서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삶과 일상이 담긴 물건을 모으고 또 모았다고 한다. 그동안 모은 수집품의 양을 자신도 정확히 모를 정도다.

책에서는 이처럼 방대한 수집품 가운데 시대상이 생생히 드러나고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14가지 물품을 소개한다.

독립협회 보조금 영수증에 쓰인 날짜를 통해 독립문이 건립될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독립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고, 극단적인 마음을 품고 한강 다리를 몇번이나 오갔다는 내용의 눈물 젖은 엽서에서 식민지 시기 청년이 겪은 생활고와 취업난을 떠올린다.

또 일장기를 재활용해 만든 태극기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독립의 환희를 느끼고, 한 고등학교 육상대회 우승 기념사진 한 장에서 전쟁도 지우지 못한 민중의 삶을 되살려낸다.

학부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기록학을 공부하고 역사 교사로 활동해온 이력을 살려 단순히 수집품의 형상과 수집 경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물품을 남긴 사람과 시대적 배경까지 꼼꼼히 살폈다.

휴머니스트. 292쪽 1만8000원.

▲ 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 최경열 지음.

동양고전학자가 궁형을 당한 인간 사마천과 기록자 사마천 사이에 흐르는 분노와 갈등 그리고 마음의 뒤엉킴에 주목하며 ‘문학으로서의 사기(史記) 읽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사마천이 분노로 자신을 오염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던 그의 기록자로서의 윤리를 언급하며, 문학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과 기록성이라는 이성적 기술 방식이 맞물리는 곳, 이것이 사기의 문학성을 형성하고 지탱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기의 ‘항우본기’, ‘회음후열전’, ‘백이열전’, ‘자객열전’ 등 문장과 단락 구성을 세세히 살펴 가며 후대 사서의 전범이 된 사기가 후대의 사서와 갈라져 문학으로 나아간 지점들을 추적한다.

예를 들어 한신이 젊은 시절 악동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는 장면을 묘사한 ‘이에 한신은 한참 쳐다보더니 몸을 굽혀 가랑이 밑으로 기어갔다’는 문장에서 ‘한참 쳐다보다(熟視)’라는 말에 주목한다. 저자는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는 굴욕적인 행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전에 한참동안 쳐다보며 화를 가라앉혔다는 반응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사기가 문학에서도 모범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모순적인 존재인 인간을 관념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그 모순 속에서 갈등하며 타인과 관계 맺고 비극으로 나아가는 모습까지 폭넓게 인간을 다룬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북드라망. 464쪽. 2만3000원.

▲ 사라진 밤 =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최초로 석권한 할런 코벤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스릴러의 거장답게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숨 막히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이 형사 냅은 15년 전 기차 사고로 쌍둥이 동생 리오를 잃고, 같은 날 여자친구 모라마저 행방불명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날의 악몽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가족도 없이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냅에게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다. 동료 형사로부터 모라의 지문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는 애인의 행적을 추적하며 당시 동생의 죽음이 마을 근처 버려진 군사 기지와 관련됐다는 의심이 든다.

냅이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동안 조용한 시골 마을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동생의 죽음과 애인 실종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코벤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43개 언어로 번역돼 70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영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이번 소설도 넷플릭스에서 영상화할 예정이다.

문학수첩. 424쪽. 1만3800원.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이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두 번째 작품집이다.

산문 쓰는 시인으로 불리는 러시아 단편 작가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1927~1982)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한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 관계 단절을 다루며 자연과의 합일성을 회복하려는 그의 대표작 14편을 담았다.

걷는사람. 358쪽. 1만5000원.

▲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 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고대 종교 연구 권위자인 메리 보이스(1920~2006)의 ‘조로아스터교의 역사(A History of Zoroastrianism)’ 시리즈 3권 가운데 1975년 출간된 첫 번째 책으로 태동기 조로아스터교의 역사와 창시자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재구성했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자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의 독일식 발음이라는 것은 웬만큼 알려졌지만 3000년 전 그가 창시한 종교에 관해서는 오해가 많다.

조로아스터교는 흔히 ‘배화교’라고 번역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불 자체를 숭배하지는 않는다. 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조로아스터교 자체는 다신교적 배경에서 탄생했고 유일신만을 섬기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 사라진 종교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어서 지금도 조로아스터교의 분파가 인도 등에서 신앙을 이어간다.

저자는 조로아스터교의 가르침이 기존의 종교 관념과는 매우 다르게 개혁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례로 조로아스터는 도덕적으로 선한 이들이라면 성별이나 배움, 계급과 관계없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조로아스터는 악마적인 요소를 지닌 ‘다에바’를 단호히 배격하고 선(善)의 상징인 ‘아후라 마즈다’를 섬길 것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 다에바를 숭배하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고 새롭고 도전적인 사상으로 인해 미움과 위협을 받게 된 조로아스터는 결국 다른 종교의 광신도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러나 부와 권력에 대한 인간적 욕망을 보상해 주는 예전의 신과는 달리 선한 것 자체를 상징하는 신을 모시는 조로아스터교는 최초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 종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창시자의 가르침에 따라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들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갖게 됐으며 다신교적 배경에서 탄생한 동물의 희생 제의도 폐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민음사. 592쪽. 2만8000원.

▲ 홉스: 리바이어던의 탄생 =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근대 인민 주권과 국민 국가 이론에 혁명을 일으킨 정치철학자, 기하학이라는 도구로 세계를 설명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수학자, 인민을 국가 형성의 주체로 세운 사회계약론의 설계자, 물리학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 유물론자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홉스의 파란만장한 삶을 추적한다.

홉스의 어머니는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침략 소식을 듣고 공포에 질려 7개월 만에 홉스를 조산했다고 한다. 홉스는 이를 두고 자신이 “공포와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말했거니와 이 말처럼 그의 삶은 전쟁과 혁명으로 가득 찼고 공포가 늘 운명처럼 따라다녔다.

청교도 혁명으로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641년 찰스 1세에 반대하는 의회 세력을 피해 프랑스에 망명한 홉스는 거기서 ‘리바이어던’을 집필했고 10년 후에는 프랑스 가톨릭 세력의 위협이 두려워 영국으로 복귀했다.

그 후에는 그를 무신론자로 여긴 영국 국교회 주교들이 화형에 처하려 하기도 했고 그의 책 ‘리바이어던’과 ‘시민론’은 옥스퍼드대학 금서 목록에 올라 불태워졌다.

이 같은 고난 속에서도 홉스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인’ 자연 상태를 만인의 자발적인 사회계약으로 극복한다는 이념을 통해 근대 인민 주권과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인민 전체의 동의에 기반해 절대주의 국가, 곧 리바이어던을 세운다는 기획을 제시함으로써 히틀러나 스탈린 체제와 같은 근대전체주의 체제의 원형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홉스 철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출간 자료와 미출간 자료들을 동원해 홉스 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그려내고 모순에 가득 찬 그의 인생과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교양인. 632쪽. 2만9000원.

▲ 모방 시대의 종말 = 이반 크라스테프·스티븐 홈스 지음, 이재황 옮김.

공산 진영의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1989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서방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이데올로기적 진화의 종점”이라고 선언했으나 저자들은 냉전의 종말이 곧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장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재난 앞에서 무기력한 서방의 대응, 유럽의 2015년 이민 위기,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 사태 등 자유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의 배경으로 모방의 속성과 그 반작용을 든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가 갈파했듯이 모방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성 가운데 하나이며 그 가운데 분노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욕망의 모방이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진 후 세계는 모방자와 모방 대상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들과 민주주의로 이행하려 애쓰는 나라들로 나뉘게 됐다. 도덕적 이상의 모방은 기술 차용과는 달리 존경하는 상대를 닮게 하지만, 동시에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중·동유럽의 포퓰리스트들, 러시아의 푸틴, 심지어 트럼프의 득세조차 모방의 정치학으로 인해 초래된 분노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이들 사례가 유사하며 서로 연관돼 있음을 내보인다.

책과함께. 340쪽. 1만8000원.

▲ 동학·천도교와 기독교의 갈등과 연대, 1893∼1919 = 이영호 지음.

동학과 서학이란 대척점에 서 있는 듯 보이는 천도교와 기독교가 3·1운동 때 어떻게 독립운동의 축으로 기능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1894년 동학농민전쟁과 1919년 3·1운동 기간 사이의 동학과 천도교, 기독교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3·1운동에서의 연대는 민족독립을 위한 갑작스러운 의기투합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서로 간의 모방과 경쟁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

동학농민전쟁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천도교의 창건과 종교 간 연대의 한계 등도 다룬다.

푸른역사. 412쪽. 2만3000원.

▲ 한국 신이·요괴 사전 = 최인학 편저.

신이(神異)는 사람이 동식물이나 다른 형태로 변형된 것을, 요괴(妖怪)는 악마, 사악한 세력이나 악당을 일컫는 말이다.

책은 달걀귀신, 터주 귀신, 도깨비, 구미호, 돼지가 된 사람, 바리공주 등 우리나라 신이와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하고, 책 뒤편에 각종 주술과 꿈에 관한 내용을 곁들였다.

민속원. 807쪽. 3만9500원.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밥 =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김재열 옮김.

뉴베리상 수상 작가가 개를 주인공으로 뭉클한 감동 이야기를 들려준다.

버려졌던 과거 상처 때문에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은 소심한 개 밥이 누나를 찾아 떠난 모험을 통해 참된 용기와 용서의 의미를 알게 된다.

다른. 368쪽. 1만5000원.

▲ 명화로 배우는 그림 상상력 = 가이 필드 지음, 이소윤 옮김

반 고흐, 몬드리안, 피카소, 칸딘스키 등 자신만의 기법으로 일가를 이룬 화가 27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이들의 기법을 따라 해보며 자신만의 그림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드로잉 생플을 제공한다.

시원북스. 128쪽. 1만6000원.

▲ 질문하는 경제 사전 = 석혜원 글. 정용환 그림.

질문을 통해 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경제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기르도록 돕는 그림책이다.

기본적 경제 개념과 돈의 유통 원리, 시장의 다양한 모습, 나라 경제 지표 등을 쉽게 설명한다.

풀빛. 100쪽. 1만2000원.

▲ 소음공해 = 오정희 글. 조원희 그림. 강유정 해설.

소설가 오정희와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조원희의 협업으로 교과서 수록 동화를 재단장했다.

층간 소음 문제를 소재로 해 사람들의 공감 부족과 이중적 성향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길벗어린이. 52쪽. 1만5000원.

▲ 의산문답 = 홍대용 원작. 김성화 권수진 글. 박지윤 그림.

우주 이치로 세상 원리를 설명하는 조선 실학자 홍대용의 명저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재미있게 풀어냈다.

학문에 대한 열린 생각, 평등사상, 사물과 자연에 관한 객관적 지식을 추구했던 홍대용의 철학을 만나보자.

파란자전거. 181쪽. 1만1900원.

▲ 인체 탐험 보고서 = 멕스 펨버턴 글. 크리스 매든 그림. 조은영 옮김.

모기보다 더 작아진 의학박사와 함께 우리 몸속 여행을 떠난다. 소화기관과 혈관은 물론 세포 안까지 직접 들여다보며 인체에 대한 지식을 배운다.

큰 판형에 세밀한 그림을 통해 각 인체 기관의 생김새와 구조,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시공주니어. 64쪽. 2만원.

▲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 일레인 스토키 지음, 양혜원 옮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전 세계의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고찰한 뒤 그것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성 감별 낙태, 영아 살해, 성기 훼손, 아동 결혼, 명예 살인, 가정 폭력, 성매매, 성폭행, 전쟁에서의 성폭력 등 저자가 제시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유형도 다양하지만, 수법 또는 너무나 사악하며 그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8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각종 통계 자료들을 모아 정리했으며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운동 및 국제단체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겼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주요 이론들을 하나하나 분석한 저자는 각 이론과 연구의 이면에 깔린 인간 인격성 문제에 도달한다. 특히 종교 권력의 모순과 종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방의 목소리들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종교의 진정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수동적인 연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 저자는 “불의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헌신과 인내와 전 세계적으로 연계된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IVP. 440쪽. 2만1000원.

▲ 장애의 지리학 = 브렌던 글리슨 지음, 최병두·임석회·이영아 옮김.

공간, 장소, 이동성 등과 관련된 지리적 문제들이 장애인들의 경험을 어떻게 제한 또는 억압하는지를 밝힌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공간적 이동이며 이동의 한계는 다시 장애인들의 배제와 소외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지리학이나 도시계획학, 사회복지학, 그 밖의 장애인 관련 사회과학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호주 멜버른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애에 관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세계적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역사지리적 유물론’을 대안적 이론으로 제시한다.

또 ‘역사지리적 유물론’의 주요 개념을 구성하는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 개념에 기반을 두고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불리한 공간을 생산했는지를 고찰한다.

이와 함께 자본주의 도시의 장애 억압을 분석하고 탈장애 공간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탈장애의 정의’는 물질적 수요의 충족과 더불어 문화적 역량 강화, 주류 사회생활에 대한 참여 등을 포함한다.

지리학이 실증주의적 방법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이론에 기반을 두고 사회 규범적, 참여적 주제를 다루게 되면서 장애인들을 포함해 사회적 취약집단들에 대한 관심이 대두하던 분위기 속에서 199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장애 지리학’이 지리학 전공 분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다른 여러 지리학자와 관련 분야 연구자의 연구와 저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그린비. 464쪽. 2만7000원.

▲ 벽이 없는 세계 =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

지정학의 3가지 주요 열쇠인 권력, 지정학, 정체성을 토대로 오늘날 세계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50개 국제정치의 핵심 현안을 풀어낸다.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 분석가인 저자는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의 축과 이동, 힘의 균형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국제정치에서는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연합세력을 구축해야 하며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금언을 깊이 새겨야 한다.

또 ‘지리는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각국의 지리적 요건이 중요하다. 외교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가치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체성은 지정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서방 문화의 핵심국가이고 러시아는 동방정교, 중국은 중화문화, 인도는 힌두의 핵심국가이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권에는 중심 국가가 없어 중심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이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가 다룬 50개 현안 가운데는 한국 관련 사항도 3개나 포함된다. “북한은 중국으로 기울어 있고, 남한은 미국과 동맹국인 일본에 기대어 있는 현재 상황은 각국의 이익에 좀 더 부합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통일을 촉진할 어떠한 동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산지니. 304쪽. 2만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