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공감대 형성, 20대 대선 앞두고 속도 낼지 주목

[금강일보 최일 기자]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잠들어 있던 ‘행정수도 이전론’이 16년 만에 다시 정치권의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공식 제안(청와대와 국회, 모든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와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민심 악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각종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여권의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비판과 함께 결국 구호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오는 2022년 3월 치러질 20대 대선을 앞두고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충청권 민심의 중요성, 개헌론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재점화된 행수(行首)이전론의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지난 20일 제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의 발언 이후 이낙연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 대권 잠룡들의 찬성 의견 표명으로 행수이전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도 “한국판 뉴딜을 지역 분권형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지는 등 당정이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이슈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행수 이전 문제가 개헌 논의와 연계될 경우 폭발적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민주당은 일단 개헌에는 선을 긋고 있다. 헌재가 ‘관습헌법’ 이론을 앞세워 위헌 판결을 내렸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여야 합의를 전제로 법 개정만으로 충분히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22일 “헌재 위헌 판결 후 16년의 세월이 흘렀고,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어 법안 제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청와대·국회·대법원·헌재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과밀 해소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며, 행수이전론에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분위기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충청 표심을 등에 업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기억은 통합당 입장에선 뼈아픈 트라우마로, 여권발 행수이전론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안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 좌장 역할을 하는 5선의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행수 이전에 찬성하며 근본적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장제원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행수 완성론에 반대로 일관하지 말고,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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