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에서 해방된 제일아파트
  • 신익규 기자
  • 승인 2020.07.2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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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49년 만에 연내 상수도 보급
문창신협 사회공헌으로 문제 해결
22일 대전 중구 석교동행정복지센터에서 박용갑 청장(가운데)와 이범식 문창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이병천 제일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제일아파트 상수도시설 설치 사업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중구 제공

[금강일보 신익규 기자] 대전에서 처음으로 생긴 아파트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제일아파트(중구 석교동). 그래서 대전지역 아파트 중 유일하게 지하수를 쓰는 이 아파트에 드디어 상수도가 보급된다. 아파트 준공 49년, 반세기 만이다.

1971년 지어진 제일아파트에 거주하는 48세대 주민들은 상수도 보급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현재 대전시 상수도 보급률은 99.92%로 거의 100%에 육박하지만 지금껏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 한 탓이다. 대전시가 직접 지어 분양한 이 아파트는 도심 한 복판에 위치했지만 상수도 공급이 여의치 않아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공급해 왔다.

지하수와 함께 한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하수에 석회질이 다량 함유돼 음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미끌미끌해 설거지를 해도 잘 안 되고 빨래를 해도 옷에 하얀 가루가 묻어났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왕복 1시간이 걸리는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먹는 물로 사용했다. 물을 끌어올리는 기계설비 고장도 많아 물 공급이 끊기기 일쑤였다.

각 가구가 120만 원씩 부담하면 상수도관을 연결해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이 아파트 주민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라 경제적 여유가 없고 나머지 주민들도 세대주가 아닌 세입자인 탓에 엄두를 내지 못 했다. 지자체도 나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10년 이상된 노후주택 보수를 지원하는 사업도 1500만 원이 최대치라 행정의 범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제일아파트의 난제는 문창신용협동조합이 나서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범식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사회공헌활동비를 선뜻 건넨 거다. 이 이사장은 “주민들이 오염된 지하수로 생활한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구와 조합의 지원금이 거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돼 기쁘다”고 흐뭇해했다.

박용갑 중구청장과 이범식 문창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이병천 제일아파트관리소장 등 관계자들은 22일 석교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상수도시설 설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총사업비 9160만 원 중 문창신용협동조합이 8500만 원을, 구는 공동주택지원 사업비 600만 원을, 나머지 60만 원은 제일아파트가 자부담하기로 했다. 구는 입주자 동의서 징구 등의 절차를 밟아 8~9월 즈음 공사를 시작해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주민 최순자(67) 씨는 “지긋지긋한 석회수 생활에서 벗어나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도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당연한 권리가 있다. 지원이 필요한 곳에 꼭 맞는 사회공헌을 해 준 문창신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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