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한남대 총동창회장, 전 대신고 교장

 

지난주 우리 사회는 두 분의 지도자를 잃은 슬픔에 안타까워하면서 장례를 치른 것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의해 두 갈래로 나뉘어 서로 싸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를 설립하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도시재생 등을 통해 시민운동가와 환경운동가로 이름을 떨친 분이다. 평생을 반독재투쟁과 시민활동에 몸 바쳐왔으며,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도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곁을 떠나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수만 명이 서울시청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서울시장의 비서가 성추행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50만 명 이상이 서울시장(葬)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 동의하고, 다수의 야당 정치인들이 조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지난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하고 화장한 뒤 고향인 경남 창녕에 묻혔다.

고(故) 백선엽 장군은 1941년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간도특설대에 배치됐다가 1946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국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릴 때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그는 6·25전쟁 영웅으로 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 됐고, 전역 이후에도 각국 대사와 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평생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일했다.

백 장군의 장례를 국군장(葬)이 아닌 육군장(葬)으로 치르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하지 못하는 데 대해 보수 언론들은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을 홀대한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군 창군의 원로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소리를 높였고, 백 장군은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사람은 누구나 공(功)·과(過)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면서 공과를 논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 시절 한때의 과오를 뉘우치고 평생 좋은 업적을 남기려고 애쓴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일생을 살아오다가 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명예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두 분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우리 사회가 대립하고 반목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학교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학교 교육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을 돕고, 바람직한 인간을 길러내어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더불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학교 교육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의 대열로 내몰았다. 오로지 수능 점수에 사활을 걸게 만들었고, 모든 학생을 일렬종대로 세워 석차를 부여해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러다 보니 친구의 실수가 내 기쁨이 되고,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내게 행복이 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학교생활이 경쟁을 부추기고, 우열을 나누면서 자기중심적인 인물을 길러낸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학교 교육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입시 중심이 아니라 활동 중심이어야 하고, 객관식 점수로 줄을 세워 입학생을 선발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희망과 적성을 고려해 자신이 선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이 대학의 서열을 없애고, 등록금에 대한 부담 없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따라 희망하는 학교에 입학해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개혁해 학벌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학원을 찾아다니며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더불어 사이좋게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도 지금처럼 좌·우와 진보·보수로 갈려 반목하고 분열하기보다는 국민통합이 이뤄진 살기 좋은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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