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출신 작가 김성동 소설집 ‘눈물의 골짜기’…한국전쟁 70주년 특별판

 
소설집 ‘눈물의 골짜기’ 표지 속 여인은 김성동 작가의 어머니 한희전 여사다.

[금강일보 최일 기자] ‘나는 아버지·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 내 소설은 사실상 문학성을 가미한 다큐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그가 소설집 ‘눈물의 골짜기’(도서출판 작은숲)를 펴냈다. ‘피어린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김성동의 아픈 집안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소설집은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한 특별판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굴곡진 세월이 오롯이 담긴 11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1979년 발표된 ‘엄마와 개구리’를 비롯해 ‘잔월(殘月)’, ‘오막살이 집 한 채’, ‘풍적(風笛)’, ‘눈 오는 밤’, ‘바람 부는 저녁’, ‘비 내리는 아침’, ‘그해 여름’, ‘민들레꽃반지’, ‘고추잠자리’, ‘멧새 한 마리’ 등 김성동의 가족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극한적 이념 대립으로 풍비박산이 난 아픈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일제강점기 좌익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 김봉한과 남편의 순수한 이상에 동조해 인민공화국 시절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을 맡았던 어머니 한희전에 관한 다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작가의 아버지는 1950년 6월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당했고, 그 이후 그의 가족은 ‘빨갱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참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다.

김영호 문학평론가(대전민예총 이사장)는 김성동의 ‘눈물의 골짜기’ 출간을 “핏빛 역사의 복원과 치유를 위한 작업”으로 해석하고, “아버지의 행적을 그린 ‘고추잠자리’, 인민공화국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복원한 ‘멧새 한 마리’를 통해 그는 부모의 한(恨) 많은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부모의 역사적 신원(伸?)을 하고 있다”며 “학살의 기억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화석화된 역사를 육화(肉化)된 현실로 복원해내는 것으로, 이번 소설집이 복원과 치유의 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평했다.

김성동 작가의 아버지 김봉한 선생이 스무살인 1936년 조선공산당 입당원서에 붙이고자 찍었던 사진.

1947년 출생한 김성동은 성장기를 줄곧 전쟁과 이데올로기가 남긴 깊은 상처 속에서 방황하다가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1965년 입산(入山)을 결행했다. 1975년 ‘주간종교’의 종교소설 현상 모집에 ‘목탁조’가, 1979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만다라’가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창작집 ‘피안의 새’, ‘오막살이 집 한 채’, ‘붉은 단추’, ‘민들레꽃반지’, 장편소설 ‘풍적(風笛)’, ‘집’, ‘길’, ‘꿈’, ‘국수(國手)’, 산문집 ‘김성동 천자문’, ‘한국 정치 아리랑’,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염불처럼 서러워서’ 등을 발표했고, 신동엽문학상·이태준문학상·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성동 작가

“이 많이 모자라는 중생의 삶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배고프고, 외롭고, 그리웠다’일 것입니다. 그런데 배고픔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외로움이었고, 외로움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리움을 찾아가는 배고프고 외로운 오솔길이 문학인 듯합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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