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도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의 길을 걷다
사회 깊게 알고싶어 창업의 길로
사회적 기업 목표 캔들공방 운영
초창기 지인들 대상으로 시작해
마이너스 수익에 사업공부 나서
취업과 창업 병행으로 바쁘지만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익혀가며
양키캔들의 본고장 美 진출 꿈꿔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사회엔 자신을 삶의 주체로 인식하고 꿈을 그려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이들은 ‘취직’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청년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업(業)으로 만들어내는 청년들이다. 여기엔 소통과 협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직업’인 경우도 포함된다. 청년의 삶에 있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도전적인 대전지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지 기록한다. 편집자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공존하지만 늘 안녕할 순 없는 법이다. 각박해졌다는 한탄이 절로 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선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 갓 20대 청춘의 터널 초입에 들어선 그도 삶은 퍽 생각만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 앞에 주눅 들고 의기소침하고만 있진 않았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이 목적지를 향한 여정일 뿐 결과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자신만의 꿈을 위해 실패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한나리(22·사진) 날ːDAY 대표를 만났다.

◆ 한남대에서 날개 편 ‘날ːDAY’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의 융·복합은 경제 구조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격변기는 대학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대학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과 맞물려 학생창업이 청년실업난 타개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오늘날 대학의 현실이 그렇다. 학생창업 지원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인 것인데 한 대표는 학생과 교원이 함께 운영하는 한남대학교 창업존에서 창업 성공의 내일을 그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저는 날ːDAY라는 이름으로 캔들 공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은 제 이름인 ‘나리’를 줄여서 ‘날’, 그리고 캔들이 하루하루를 장식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DAY’를 넣어서 만들었어요. 아직은 작게 운영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 쪽으로 나아가보고 싶어서 조금씩 필요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죠.”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은 정보·기술·경험·자본 어느 것 하나 변변히 가진 게 없다. 가진 것이라곤 아이디어와 열정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같은 나이 또래의 청년들에게 창업은 도전보다 위기 요인으로 인식돼왔다.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느니 안정된 일자리, 연봉 두둑한 직장을 원하는 심리 탓이 크다. 그러나 부모님과 친구들이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만류에도 그는 과감히 창업의 길로 나섰다.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사회를 배워보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처음 창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사업이라고 하니까 자금이 필요할 텐데 괜히 날려 먹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죠. 근데 저는 무엇이든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저지르는 사람이에요. 지금 아니면 나중에 할 곳도, 할 수도 없다는 주의이기도 하고 학생 신분이라 당장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 사회를 좀 더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 ‘창업’

천신만고 끝에 창업을 승낙한 부모님으로부터 100만 원을 지원받은 한 대표는 한달음에 서울 방산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투자금액의 절반인 50만 원을 모조리 캔들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데 쓰고 돌아왔다. 이 정도 준비했으면 당장에 사업을 추진했을 법도 하지만 캔들과 일면식이 없던 경험 밑천이 발목을 잡았다. 만들기를 좋아하고 자칭 금손을 가진 것만 믿고 덥석 창업을 했으니 그럴 수밖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캔들 만드는 영상을 봤는데 뭔가를 확 만드는 모습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캔들이 향도 좋고 그런 매력에 빠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무작정 해보자 했던 거라 캔들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서울 홍대에 가서 4주 과정 자격증반을 수강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한 건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는데 원래 전공했던 디자인이 캔들 제작에도 쏠쏠한 재미를 주더라고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은 그의 사업에도 어김없이 먹혀들었다. 소소하게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지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이나마 캔들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판매도 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몇 푼이 전부였다. 한 대표가 제대로 된 사업 공부를 하게 된 게 이 무렵부터다.

“초창기만 해도 그냥 친구들 불러서 싸게 줄 테니 배워 가라고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어요. 재료비로 50만 원을 투자했는데 마이너스 수익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원가 계산도 배우고 본격적인 사업을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돈을 엄청 모았다기보단 부족하지 않게 채워 놓은 정도죠.”

◆ 취업과 창업 두 마리 토끼

사업 확장의 포부를 가다듬던 중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의 여파를 그도 여실히 실감하는 중이다. 그래서 한 대표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처럼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올해는 숨 좀 돌리는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이죠. 아무래도 캔들 사업은 관련 기관에 화약약품 판매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승인이 오래 걸려요. 아직은 원데이 클래스 위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코로나19에 과정까지 더 길어져서 일단 학업에 집중해가며 틈틈이 기회를 노리는 게 상책일 듯 합니다.”

남들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창업과 함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이 안 된다고 창업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라 이 모두에서 성공하는 표본이 되겠다는 포부에서다. 어찌 보면 남들보다 발등에 불이 더 빨리 떨어진 격이지만 한 대표는 나름대로 차근차근 사회로 나갈 채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

“캔들 사업을 하면서 플리마켓 같은 행사에 참여하려면 홀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학업에 안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건 변명 같아요. 저는 직업을 딱 하나만 가질 생각은 없습니다. 취업과 이미 하고 있는 캔들 사업을 병행하고 싶어요. 물론 두 가지를 챙겨야 해서 남들보다 배로 바쁘긴 합니다. 올 초부터 포트폴리오도 만들며 취업에 대비하고 있고 창업 공부도 깊이 해보고 싶어서 경영학 다전공을 통해 마케팅을 배우는 중입니다.”

◆ “젊을 때 다치고 망해보자”

대학 생활의 절반을 달려오며 그도 조금씩 사회로의 첫 발을 그려보곤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창업에 나서 뭇사람들은 대학생 때라야 느낄 수 있는 로망은 꿈도 못 꿔본 것 아니냐는 웃픈 핀잔을 주기도 하나 한 대표의 신념은 제법 성숙하다. 젊으니까, 아직 20대니까 더 다쳐보고 망해보고 싶단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니까 아파도 된다는 거다. 고향 대전 땅 너머 양키캔들의 본 고장 미국으로 진출하겠다는 그의 야심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젊기도 하고 20대 초반의 나이기 때문에 다치거나 망해도 제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솔직히 돌아보면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도 엄청 잘되는 건 아닌데 ‘청춘이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는 거죠. 망했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갈 때까지 가보자는 편이에요.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보면 이 사업을 처음 할 때 목표였던 캔들의 본거지 미국에 있는 저를 만나볼 수 있겠죠?”

청춘은 무한함의 길이다. 내 힘으로 내 길을 디뎌보려는 지점이 바로 청춘이다. 그만큼 청춘은 재산이며 희망인 것이다. 한 대표는 다치고 깨져가면서 찰나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곤 다신 돌아올 수 없을 그만의 청춘을 걷고 있다. 청춘이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