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토닥토닥 대표

지난주에 대전시 설동호교육감, 교육부 이한우 특수교육정책과장과 장애학생의 치료 지원과 관련해 면담했다. 특수학교가 장애학생에게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돼 건강과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부천의 한 특수학교에서 급식시간에 장애학생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한 특수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특수학교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대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증장애학생이 학교 교육을 포기하는 사태를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장애학생이 학교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보건복지부의 ‘전국 연령대별 중증 및 경증 장애비중(2015년)’에 따르면 10대의 중증비중이 87.4%로 가장 높고, 10대 미만이 86.7%였다. 전 연령대 평균 38.8%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 통계는 ‘장애인 조사망률(2016년)’과 함께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의 조사망률이 전체 인구 대비 4배 정도인데 10대 미만의 조사망률은 37.9배이며 10대는 16.4배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게 장애학생이라는 것이다. 교육시스템의 책임은 없는가.

교육부와 교육청은 중증중복장애학생의 증가로 특수학교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 교육부는 건강지원형태로 일부 학교에 특정 기간 간호사를 파견하고, 일부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에 치료실을 설치해 방과후학교 등을 이용해 치료지원을 하고 있다.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치료실 운영은 하지 않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예전에는 특수학교에 치료교육이 있어 학생들의 건강체크와 재활치료가 상시로 진행됐으나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며 치료교육 대신 치료지원으로 바뀌어서 특수학교의 치료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치료비 지원은 학교라는 한계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어렵고 치료의 당사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뤄졌다 한다. 그런데 단순히 치료를 어디서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교육에서 치료를 분리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었다. 이런 결정은 대한민국 장애어린이 치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재와 같은 중증중복장애학생이 많이 증가하는 상황을 예상치 못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관리가 어려워졌고 상시로 위험상황에 긴장하고 대비하지만 치료와 교육이 분리된 상황에선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또 장애학생들은 치료비 지원을 받았지만 학교 밖에는 어린이재활치료를 하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모든 학생이 방과 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여기에다 치료시설 방문을 위한 이동의 어려움과 보호자의 여력에 따라 치료시설을 방문해야 하니 가족의 부담이 가중됐다.

현재 교육부는 국립특수교육원을 통해 특수교육법 개정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기초연구(2018년)’를 보면 특수학교의 치료 지원 문제는 짚어지지도 않고 있다. 교육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에서는 정책연구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이다. 특수교육법개정과 직접 관련된 국회의 움직임도 너무 조용하다.

최근 대전시의 성세재활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내 치료실 설치운영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최근 특수교육법 시행령 24조 치료지원 2항에 교육감 또는 특수학교의 장은 특수교육지원센터 또는 특수학교에 치료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에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치료실 설치·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담당부서에서는 현재 특수교육법상에서는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이제 장애학생들은 교육이냐 치료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교육과 치료, 둘 다 국가의 책임영역이다. 개인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등굣길 안전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도 높고 안전보장을 위한 법제정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당장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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