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기온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해 왔다. 특히 계절이 한 달 정도 뒤로 밀린 느낌이라고 줄곧 떠들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11월 말이면 눈이 오기 시작했고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이었다. 그런데 최근 12월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고 있다. 1월부터 겨울이 시작돼 3월까지 이어진다. 심지어 4월에 눈이 내리는 경우도 있다.

여름 이야기를 하자면 장마는 6월 중순에 시작해 7월 10일 이전에 모두 끝나고 8월 초까지 25일 내외가 열대야에 시달리는 한여름이었다. 8월 10일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고 대부분의 해수욕장은 이 때를 기점으로 폐장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7월 말일이 내일 모레인 이번 주도 장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에나 시작될 불볕더위는 9월까지 이어진다. 아무래도 계절이 한 달씩 밀린 느낌이다. 120년 정도 후에는 12월이 여름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흰소리를 혼잣말로 해본다.

서론이 길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하다. 7월 마지막 주인 지금도 장마철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장마는 보슬비가 주룩주룩 며칠간 내리는 것이 아니고 열대지방 스콜처럼 폭포수 같이 퍼붓는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 주 부산 물난리와 같이 인명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폭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침수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빗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타이어 안전이다. 타이어 마모가 심할 경우 배수능력이 부족해 수막현상이 발생하고 제동력과 핸들조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빗길 운전 시에는 평소보다 20%, 폭우의 경우는 50% 이상 감속 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막현상은 흐르는 물 혹은 물웅덩이의 깊이가 타이어 트레드 홈의 깊이보다 깊을 때, 고속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고속도로에서도 물이 많이, 정확히 표현하면 물의 깊이가 제법 깊게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속 주행은 매우 위험하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평소 속도로 빠르게 주행 중 차체 하부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리면 수막현상의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핸들을 꽉 잡고 속도를 조심스레 줄여야 한다. 급제동 할 경우에는 차체가 방향성을 잃고 사고가 유발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다른 위험성은 토크-스티어링 현상이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한쪽만 물웅덩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좌우 바퀴 중 한쪽만 물웅덩이에 잠겨 주행하면 핸들을 꽉 잡고 방향성을 유지할 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핸들을 한손으로 가볍게 잡고 운전할 경우 물웅덩이 방향으로 차량이 쏠리면서 핸들이 돌아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당황해서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과격하게 조작하면 차량 후미가 심하게 좌우로 흔들리고 다시 원위치 시키려는 스티어링 조작으로 인해 피쉬테일 현상이 발생한다. 다시 놀라서 핸들을 반대로 조작하게 되면 그 순간 차량은 통제 불능 상태로 회전하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운행 중 물웅덩이가 보이면 가능한 조심스럽게 피하는 것이 최선이고 만약 그럴 수 없을 경우에는 속도를 낮추고 핸들을 강하게 잡고 통과해야 한다. 당황해서 섣부르게 조작하는 미숙한 운전자의 핸들조작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 차량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