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삼성4구역 재개발 탄력 속
소제동 개발과 보전 사이 접점 못 찾아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대전 동구 소제동 개발 프로젝트가 깊은 고민에 빠지는 모양새다. 소제동처럼 관사촌을 품고 있는 대전 동구 삼성4구역 재개발 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제동은 여전히 개발과 보전에서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소제동 개발 프로젝트가 재개발과 근대문화역사 상징물로 보존 가치가 있다는 주장 사이에 있기 때문인데 답이 쉽게 찾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난제다.

소제동은 대전의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일제강점기 철도종사자들의 숙소로 형성된 관사촌이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하면서 대전이 철도부설지로 지정되자 일본인 철도기술자들이 소제동에 관사를 짓고 거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지어졌던 관사 중 상당수가 6·25 전쟁 등으로 사라지고 현재는 30여 채만 남아있으며 근대 도시 대전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제동 재생사업은 지난 2017년 닻을 올렸다. 사업 주체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인 ‘익선다다’다. 이들은 소제동 일대 건물 30채를 매입했고 이 가운데 10곳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었다. 골목 곳곳에는 주택을 개조한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섰고 근대 가옥들이 보존된 독특한 골목길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동천변의 산책로, 멋스러운 맛집 등이 어우러져 소제동 철도관사촌 일대는 뉴트로(New+Retro) 열풍을 타고 한껏 주목받고 있다.

익선다다에 따르면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소제동은 새로운 변화를 맞으면서 2017년 2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이 지난해 기준 50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주민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노인 인구가 절대 다수인 소제동에 정작 노인을 위한 콘텐츠는 없고 2030세대를 겨냥한 식당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민이 배제된 민간자본의 도시재생에는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익선다다 관계자는 “소제동 관사촌 개발 프로젝트는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투어리즘 브랜드 위너를 수상했다. 이는 지역 재생에 대한 기획과 실행력을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성과”라며 “소제동은 역사적 가치와 생활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모두 갖는 곳이지만 개발로 인해 지역의 과거 자료와 역사가 담긴 마을은 많은 부분 소실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낙후된 소제동을 전면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소제동 토박이라는 김 모(82) 씨는 “재개발 문제는 10년 가까이 끌어왔다. 반대하는 쪽은 모두 외지에서 장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며 “진정 대전 지역을 위하고 주민들을 위한다면 관사촌 카페와 어느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4구역의 경우 지난 2016년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지난달 시공사까지 선정하며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토지소유권자 340여 명 가운데 75% 이상이 재개발에 찬성한 상태로 4차선 도로 확장에 따라 관사촌 7곳 정도를 남기고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이에 시는 소제동과 삼성동 일대를 도시기억프로젝트 대상지로 선정했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취지다. 시는 건축물과 골목 형태는 물론 오래된 전봇대와 맨홀 뚜껑까지, 크고 작은 물리적·경관적 삶의 이야기까지 모든 것을 기록할 계획이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