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레이디 크레딧/예스 민즈 예스… 외 40권

▲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 제프리 마송 지음, 서종민 옮김.

동물과 더불어 살면서 느꼈던 그들과의 교감,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했던 일화들을 이야기한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했고 산스크리트어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동물권리 운동가이자 비건 채식주의자로서 동물의 감정 세계,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책을 다수 출간해 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이다.

저자는 동물도 감정이나 생각을 가진다고 믿는다. 코끼리는 인간보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더 잘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가 인간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것도 감정을 읽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개들이 자신의 마지막이 임박했음을, 죽음이 무엇인지를, 나아가 죽음에 관해서 생각하고 느낀다고 보는 저자는 개들이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 반려인이 함께 해주기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 당연히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두따르지만 이를 표현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함께했던 반려동물을 기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지속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이라면서 더 많은 동물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오래도록 헌신하기를 권한다.

유노북스. 324쪽. 1만5000원.

▲ 레이디 크레딧 = 김주희 지음.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뤄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밝힌다.

활동가 출신 연구자인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 여성 15명을 심층 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 관련된 인간관계 등을 분석했다.

또한 구매자 남성을 비롯해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사채 문제 전문가 등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 10명을 인터뷰하고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업소 알선 사이트,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등 온라인 현장도 조사했다.

특히 모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판매한 유흥업소 특화 대출 상품을 조사하고 해당 상품과 관련된 공판을 직접 참관하는 한편 판결문을 확보해 무분별한 대출이 초래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성매매 산업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야말로 오늘날 성매매 산업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며, 성매매 여성들이 금융화의 말단에서 착취, 수탈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2000년대 들어 저축은행과 지역 신용협동조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대형 성매매 업소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특히 유사한 규모의 대출 채권을 묶어 상품으로 거래하는 금융기법은 대형 성매매 업소의 등장을 가속했다.

성매매 업주들은 여성들의 차용증을 모아 담보로 제출하고 막대한 돈을 대출받아 대형 업소를 차릴 수 있게 됐고 여성들의 몸은 금융회사의 대출 채권으로 거래되기에 이른 것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성매매 산업의 공모를 보지 못한 채 개인 가해자만 벌하고자 한 노력은 결국 진짜 가해자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짜 가해자는 성매매에 투자하는 금융회사, 캐피탈 업체와 이를 방관하는 한국 사회였다”고 주장한다.

현실문화. 432쪽. 2만2000원.

▲ 예스 민즈 예스 = 재클린 프리드먼·제시카 발렌티 엮음, 송예슬 옮김.

2000년대 미국의 성적 동의 담론을 주도하며 ‘예스 민즈 예스(Yes means yes)’ 룰 도입에 기여한 페미니스트들의 글을 엮었다. 미디어의 성평등을 촉구하는 단체 ‘여성행동미디어’의 대표 프리드먼과 미국의 페미니즘 블로그 ‘페미니스팅닷컴’의 설립자 발렌티가 저자이자 편집자로 참여했다.

미국 안티오크칼리지에서 캠퍼스 내 성폭력 사건의 판결 기준으로 처음 도입된 ‘예스 민즈 예스’ 룰은 ‘노(No)’의 부재가 아닌 ‘예스’의 발화를 성적 동의의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다. 거부 의사를 존중하는 ‘노 민즈 노(No means no)’ 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상대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았는지 묻는다.

책은 ‘유사강간’에 관한 논의를 열어 오늘날 미투 운동에 이바지한 라토야 피터슨의 글 ‘유사강간이란 전염병’을 비롯해 페미니즘 활동가, 교육자, 법조인 등 다양한 배경과 이력을 지닌 여성들은 물론 유색인종, 퀴어, 성노동자, 비만 여성 등 그동안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2008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예스 민즈 예스’라는 표현을 정착시켰고 ‘예스’를 개인 차원의 적극적 실천 지침을 넘어 강간 문화에 맞서는 사회적 개념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아르테. 392쪽. 2만2000원.

▲ 근대 여성 12인, 나를 말하다 = 김경일 지음.

자서전, 전기, 일기, 편지, 인터뷰 등 개인적 기록들을 통해 한국 근대 여성사의 한 획을 그은 여성 12명의 삶을 살핀다.

무용가 최승희, 언론인·여성운동가 최은희, 연극인 복혜숙 등을 포함하는 이들 여성은 다방면에 걸쳐 성취를 이뤘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다수 동시대 여성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나 현모양처와 같은 근대적 억압하에서 딸이자 아내, 어머니라는 여성으로 사는 삶에 순응 또는 저항하면서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헤쳐나왔다.

여성들의 삶을 개별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이들이 남긴 기록을 종합해 주제별로 분석했다. 1891년에서 1919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성장하고 활동하는 시대 배경과 이들이 겪었던 젠더 문제와 여성의식을 다룬다.

또 이들이 지닌 민족의식의 다양한 차이와 편차를 고려해 자아정체성의 유형을 신념형, 생활형, 일상형, 경계형 혹은 세계인 등 4개로 나눠 분석한다.

이와 함께 연애와 결혼, 가족과 모성에 관한 고찰에서는 이들이 직업과 사회 활동 등 가족 바깥의 영역에서는 근대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이념으로서는 자유주의를 지향하면서도 막상 가족 안에서는 자신의 개성이나 자아의 실현보다는 가족의 전통과 가치를 지향하면서 그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나라와 민족, 사회 대 가정과 개인 사이에서 결코 화해할 수 없었던 이들의 마음의 기저에는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짙은 회의와 궁극의 절망, 그리고 때때로 깊숙이 빠져들곤 했던 자기 연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썼다.

책과함께. 336쪽. 2만원.

▲ 칸니 명상 = 수망갈라 지음, 차은숙 옮김.

오랜 시간 미얀마에서 스님들 간에 구전을 통해 전해져온 수행법 ‘칸니 명상’에 관한 입문서다. 저자는 칸니 명상을 단시일 내에 열반에 이르는, 도의 지혜를 성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행법으로 소개한다.

고도의 집중을 통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얻는 사마타 수행(고요명상)을 거쳐 위빠사나(통찰명상)에 들어가면 영원한 자유에 이르는 길에 오른다고 설명한다.

책을 쓴 수망갈라는 미얀마 양킨 국제명상센터의 주지 스님으로, 4000명이 넘는 국내외 수행자들에게 칸니 명상 지도를 하고 있다.

역자는 2015년 34일간 수망갈라 명상센터에 머물며 명상여정을 하는 동안 내면이 변화하는 강력한 치유 경험을 했다고 한다.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칸니 명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과정에서 어려운 한문 불교 용어 대신 우리말로 풀어 설명했다.

운주사. 596쪽, 3만원.

▲ 종말론 = 글 베네딕토 16세 교황 요셉 라칭거, 옮김 조한규

2013년 교황직을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 요셉 라칭거의 저서다. 그는 교황 이전에 독일 출신의 유명한 신학자였다. 1981년부터 23년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지냈다.

저서는 1977년 쓴 것으로, 스스로 가장 공들인 작품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라칭거는 책에서 종말이라는 사건 안에서 천국과 지옥, 심판, 부활이라는 네 가지 주제에 집중한다. 죽음과 영혼의 영속성, 영원한 삶, 부활, 예수 재림 등 종말론과 관련된 중요 문제도 다룬다.

번역은 가톨릭대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하는 조한규 신부가 맡았다.

생활성서. 351쪽. 3만2000원.

▲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쉬하오이 지음, 정세경 옮김.

대만의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인 저자가 엄마와 나누는 ‘교환 일기’ 형식으로 가족과 겪는 갈등과 이를 회복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상담 환자에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심란해진 어느 날, 저자는 제 마음 밑바닥에서 아직 자라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 가여운 내면의 아이를 잘 키워 어른이 된 지금의 세상으로 데려오기로 마음먹고, 남아 있던 앙금을 털어내는 첫 단추로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한때 상처받고 체념한 채 부모를 원망하던 딸은 진심을 다해 자기를 설명하겠다는 용기를 내고,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저자도, 그 어머니도 잘못된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먹고살기 바빴고, 상대의 마음을 살필 만큼 섬세하지 못해 나와 다른 상대를 자기 기준에서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날 때부터 어른이었을 리 없는 부모, 이래저래 미흡한 부모 아래서 예민한 아이는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평탄치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꼬이고 감추며 굳어진 것들이 트라우마가 됐다는 사실도 이들을 알지 못했다.

편지가 쌓이면서 엄마와 딸은 서로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두 사람은 자신이 알던 상대와 실제 상대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의 차이까지도 깨닫는다.

저자는 아이 적 경험에서 비롯된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채 덩치만 커진 어른들이 때로 결벽증이나 강박,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집착하는 행동, 심지어 폭력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을 틈날 때마다 원용한다. 그리고 표현하는 것이 모든 고통을 해결하는 근본 방법이라고 말한다.

학고재. 304쪽. 1만5000원.

▲ 어쩌다 도박 = 신영철·최삼욱·하주원 지음.

오랫동안 도박중독클리닉을 운영하며 도박중독 치료와 연구에 전념해온 저자들이 도박중독이 왜 생기며 얼마나 위험한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들에 따르면 도박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뇌의 기능 장애다. 도박중독의 유형은 크게 ‘자극 추구형’과 ‘현실 도피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뇌의 자극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지만, 후자는 약물치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삼고 우울, 불안, 불면증을 다스리며 관계의 문제를 다루는 등 정신치료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은 주 1회, 8주간의 도박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시간은 ‘도박 중독은 병’이라는 것과 자신이 그 병의 환자임을 인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두 번째 시간은 도박의 본질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든다. ‘도박이 무서운 이유는 돈을 잃기 때문이 아니라 도박에 빠진 뇌는 작은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결국 일상의 행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박에서 기술이나 운은 소용없다. 오래 앉아 있으면 무조건 진다’, ‘주식도 도박화하면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다음으로는 도박을 끊어야 하는 이유, 고위험 상황을 피하는 방법, 재발 시 대처, 도박하지 않는 시간 관리하기, 가족들이 중독자를 돕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짚어본다, ‘자신을 시험하지 말라’, ‘스트레스를 다스려라’ , ‘치유와 회복은 도박을 끊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도박으로 파괴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과정’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된다.

저자들은 도박중독 치료는 90%가 아닌 100%를 목표로 해야 하며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의 말미에 도박중독 치료 매뉴얼을 실었다.

블루페가수스. 332쪽. 1만5000원.

▲ 무조건 당신 편 = 한창수 지음.

정신 건강 전문의가 울분이나 분노, 무력감, 불안감, 슬픔 등으로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려준다.

너무 억울하고 화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었을 때,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싶지만, 도리가 없어 분통 터질 때 느끼는 것이 바로 울분이다.

울분은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를 병들게 하는 가장 심각한 감정 가운데 하나로, 내부적으로 터지면 우울증이나 자신을 해치는 행동, 외부적으로 터지면 누군가를 해치는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다. 독일의 정신의학 교수 마이클 린든은 이를 ‘울분 장애’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상담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반복되는 고객들의 갑질로 분노와 소화불량을 달고 살게 된 대형 쇼핑센터 서비스 직원, 직장 상사의 질책에 스트레스를 받다 언제부터인가 울컥해 주변에 막 화를 내기 시작해 자신이 분노조절 장애가 아닌지 걱정하는 40대 회사원, 여자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끊은 후 온갖 생각에 시달리다 어느 날 만사가 귀찮아져 출근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자기 몸을 해친 청년 등이다.

저자는 “넘어진 뒤 일어설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사람, 다리가 풀려 도저히 일어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넘어진거냐, 무슨 힘이 그리 없느냐, 이제부터 안 넘어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보다는 그저 묵묵히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고 썼다.

RHK. 256쪽. 1만5000원.

▲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노벨 아동문학상으로 불리는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동화다.

일곱 마리 여우들이 모여 8편의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액자식 구성으로 돼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사실 다 듣고 보면 한 편의 거대한 모험담이다.

여러 두렵고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액자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기른다.

밝은미래. 416쪽. 1만4800원.

▲ 난 곤충이 좋아 = 소피아 스펜서·마거릿 맥나마라 글. 케라스코에트 그림. 전수경 옮김.

캐나다에 사는 여덟 살 초등학생 소피아는 곤충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소피아의 어머니는 딸에게 용기를 주고자 곤충학회에 이메일을 보냈고, 이 사연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는다.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그를 돕는 어른의 연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좇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동을 준다.

창비. 44쪽. 1만3000원.

▲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 송방준 글. 노준구 그림.

작은 체구에 겁 많고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 생각해보면 자신은 평범한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빠는 밤마다 자연의 질서를 수호하는 대장 부엉이였다. 용기를 얻은 아이는 문제에 당당히 맞서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해 나간다.

논장. 156쪽. 1만1000원.

▲ 개똥이의 1945 = 권오준 글. 이경국 그림.

1945년 서울 언주공립국민학교 6학년이던 개똥이 권영국 할아버지가 들려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작가의 부친인 주인공은 아이의 시선에서 해방 당시의 상황과 기억을 회고하며 독립 국가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국민서관. 36쪽. 1만3000원.

▲ 출동! 과학 수사대 = 법과학 전문가그룹 지음. 민청기 옮김.

과학 수사 기법으로 어려운 범죄를 해결하는 과학수사대 활약을 담았다. 부제는 ‘범인의 흔적을 찾아라’.

다양한 과학 지식과 논리적 추리력, 초동 수사부터 재판까지 이르는 과정 등을 쉽게 보여준다.

북멘토. 112쪽. 1만3500원.

▲ 파란 눈 검은 머리 =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현준 옮김

공쿠르상 수상 소설 ‘연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가 1986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뒤라스는 이 소설을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끔찍한 사랑 이야기”라고 자평한 바 있다.

여름 바닷가 호텔에서 파란 눈 검은 머리의 젊은 외국인을 동시에 욕망하는 게이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 욕망 대상의 부재를 통해 관계를 맺어나가는 불가능한 사랑을 그린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뒤라스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유년을 보내고 대학 입학과 함께 프랑스에 정착한다. 공산주의자이자 반전 운동가로 활동했으며, 부재, 고통, 광기, 동성애, 여성성 등을 부각하는 작품을 썼다.

문학동네. 240쪽. 1만3000원.

▲ 적어도 두 번 = 김멜라 지음

지난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김멜라의 첫 소설집이다.

폭력, 젠더, 동성애, 소수성 등을 소재나 주제로 쓴 짧은 소설들을 담았다.

표제작을 비롯해 ‘호르몬을 춰줘요’, ‘물질계’ 등 모두 7편이 실렸다.

자음과모음. 288쪽. 1만3000원.

▲ 헤세: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 정여울 지음.

대표작 ‘데미안’으로 유명한 소설가 헤르만 헤세는 조국인 독일의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글쓰기와 출판이 금지됐다. 이에 ‘진정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를 오갔다. 40세에 이주한 스위스의 몬타뇰라는 제2의 고향이었다.

책은 저자가 독일과 스위스에 남겨진 헤세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헤세로부터 받은 치유의 순간들을 전한다. 심각한 신경쇠약과 우울증,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 등으로 파란만장한 헤세의 삶이었다.

저자는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7가지 키워드로 도주에서 방랑으로, 방랑에서 순례로 나아가는 헤세의 삶과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

아르테. 288쪽. 1만8800원.

▲ 거리의 언어학 = 김하수 지음.

언어학자인 저자는 사회언어학의 개념을 처음 도입해 국어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나의 관심은 늘 ‘언어와 그 무엇’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언어 자체에만 몰두하던 연구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도록 지형을 넓혀왔다. 이 책은 우리의 말과 삶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거리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일상적 언어생활을 날카롭게 관찰한다. 잡담의 기능과 가치를 포착하는가 하면, 이름 짓는 것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고, 사투리의 여러 가지 면모도 뜯어본다.

책은 최근 4년 동안 한 일간지에 연재한 글들을 추려 모으고 내용을 보충해 새롭게 엮은 것이다.

한뼘책방. 272쪽. 1만5000원.

▲ 21세기를 살아가는 반자본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 에릭 올린 라이트 지음. 유강은 옮김.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 대안은 없다고 선언될 때,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인 저자는 자본주의 틈새에 자리 잡은 제도적 형태 중 자본주의와 불화하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경제 프로그램을 기획해 현실적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한다.

책은 ‘유토피아 없는 계급 분석’에서 ‘계급 분석 없는 유토피아’로 나아가는 길을 정리하고, 다른 세상의 구성 요소들이 지금 여기 자본주의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게 사회주의 본질은 결국 민주주의인 셈이다. 그는 평등, 낙관주의, 연대 등 실행 가능한 반자본주의의 토대들을 들춰본다.

이매진. 239쪽. 1만4800원.

▲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모종린 지음.

서구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기반으로 물질과의 독립성과 추구하는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유형을 꼽으면서 해당 라이프스타일의 정의와 기원, 의미, 미래를 분석한다.

또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와 기업을 소개하며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물질을 나의 삶의 어디에 두는지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부르주아가 물질주의를 대표한다면 나머지 5개 유형은 탈물질주의를 수용해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한 세력이다. 물질주의가 신분, 경쟁, 조직력, 노력을 강조한다면 탈물질주의는 공통적으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라이프스타일 혁신 과정은 전근대 사회의 전통 가치와 근대 사회의 물질주의가 탈산업사회의 탈물질주의로 이동해가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러 탈물질의 삶의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가 나와 물질의 관계,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다.

저자는 한번 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면 트렌드에 따라 바꾸지 않아도 된다면서 사회적, 인문학적 측면에서 나다움을 찾을 때 우리는 더 폭넓게 자신을 구성할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일과 공간을 연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의숲. 280쪽. 1만6500원.

▲ 불현듯, 영화의 맛 = 이주익 지음.

‘만추’를 비롯해 여러 영화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영화인들과 함께 만들어온 저자가 영화에 나온 음식을 영화적 맥락과 인물의 성격, 요리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의 시원한 막국수를 통해 메밀이 구황식품에서 별미의 상징, 웰빙의 일상음식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또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와인 시음회 등 영화 속의 와인으로 전통과 현대의 충돌, 노스탤지어와 모더니즘의 대비를 읽어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나라들의 ‘만두 삼국지’를 펼쳐 보이고 ‘블레이드 러너’에서 해리슨 포드가 먹던 포장마차의 아시안 누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황해’에서 경찰에 며칠째 쫓기던 하정우가 한밤중 빈집에 몰래 들어가 감자를 쪄먹는 장면, ‘강철비’에서 남과 북의 ‘철우’ 가운데 남쪽은 비빔국수, 북쪽은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을 보면서 모든 상황에는 그에 맞는 음식이 있고 바로 이 분위기가 ‘영화의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계단. 352쪽. 1만6500원.

▲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지음.

EBS 강연 프로그램 ‘CLASSⓔ’에서 총 16회 방송된 동명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 주인, 애(愛), 생(生) 등 불교 철학을 담은 8개 키워드를 말머리 삼아 독자들이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이 설파한 불교적 깨달음은 물론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최소 폭력’, 니체의 ‘영원 회귀’, 질 들뢰즈의 ‘아장스망’ 등 철학적 사유를 연관 지어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어머니가 준 한 공기의 밥으로 아이의 배고픔은 사라지지만 한 번에 두 공기, 세 공기, 나아가 한 가마의 밥을 먹이려 한다면 아이는 배고픔의 고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한 공기만큼의 사랑을 필요로 할 때 딱 그만큼만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고통의 감수성’에 기반한 ‘한 공기의 사랑’이다.

EBS. 352쪽. 1만8000원.

▲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미국 뉴욕대학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스스로 선하다고 믿는 사람의 마음의 맹점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온정적이고 합리적이며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몰랐던 내재적 편견이 숨어 있으며 이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차별을 드러내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언행을 하게 됨을 여러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기업 관리자 릭은 무의식적 편견의 세계적 전문가가 고안한 ‘내재적 편견 연관 검사(IAT)’를 받아본 뒤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게 나온 점수에 당황했으나 곧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개선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유색인종이자 여성이며 이민자 출신인 자신도 IAT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명시적 태도와 내재적 태도는 거의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IAT를 받은 사람 가운데 70~75%가 인종 문제에 관해 내재적 편견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실제로 자신이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이런 내재적 편견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내재적 편견을 현실에서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하는 방법은 있다. 바로 ‘믿는 사람(believer)’에서 ‘구축하는 사람(builder)’으로 변화하는 노력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내가 틀렸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즉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며 내가 백인이어서, 남성이어서 누리는 ‘일상적 특권’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선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내가 내재적으로 인종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불편한 정보를 모르는 척하지 않고 수용하는 ‘의도적 인식’을 하고 나의 책임이 없다고 해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일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입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든. 448쪽. 1만8500원.

▲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 = 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수의학자이자 언론학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개입으로 생태계가 변하고 이로 인해 유발된 새로운 질병을 ‘에코데믹(ecodemic)’ 즉 ‘환경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광우병, 에이즈, 코로나의 전신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 라임병, 웨스트 나일 뇌염 등 6가지 에코데믹의 실태를 통해 변화와 재앙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저자는 전 세계를 돌며 질병의 첫 발생지를 찾아가 현장을 확인하고 희생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했으며 치명적인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했다.

이 같은 탐구의 결과로 최근 들어 자주 일어나는 대규모 전염병들은 인간의 자연 파괴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인간이 숲을 없애고 생물들 간의 균형을 교란하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지의 토착 생물들을 뒤섞고, 항생제를 남용하고, 초식동물에게 고기를 먹이는 등 온갖 자연 파괴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새로운 전염병들이 생기고 이들의 위세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세균의 정체를 밝혀내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우리가 자신을 자연과 질병의 공격에 희생당하는 피해자로만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치유의 길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세상. 252쪽. 1만3000원.

▲ 당신의 특별한 우울 =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자신도 우울증을 앓아 상담을 받아야 했던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 의사의 입장에서 들여다본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사람은 무너져 내리는 이유를 저자는 ‘취약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개인마다 지닌 취약성은 모두 달라서 우울은 다양한 얼굴로 찾아오며 우울증이 재발하는 계기 역시 모두 다르다. 이는 누구에게나 우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독, 상실, 외로움, 사랑, 불안까지 우울을 마주하는 순간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취약성을 찾아내고 그들을 무너지게 만든 시작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우울은 진단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활짝 열린 넉넉한 마음으로 우울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바라봐주는 것이다.

윌북. 288쪽. 1만4800원.

▲ 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 장 길렌·장 자미트 지음. 박성진 옮김.

고고학과 의학적 분석을 통해 선사시대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프랑스 고고학자 장 길렌과 의사 겸 고고학자인 장 자미트는 지중해 주변과 유럽 전역의 선사시대 유적을 연구해 집단학살, 무력충돌, 전쟁, 희생 등과 같은 폭력 행위가 당시 어떤 방식으로 존재했는지 재구성했다.

또 뼈에 박힌 화살촉, 석기에 벤 자국이 있는 뼈 등 유적에서 출토된 인골을 정밀하게 분석해 당시 폭력과 전쟁의 양상을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이런 폭력 행위의 증가가 무기의 진화로 이어졌으며, 영웅도 탄생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어 이런 전쟁과 폭력의 역사가 어떻게 인류의 진화를 이끌어왔는지 살펴본다.

사회평론아카데미. 416쪽. 2만8000원.

▲ 유엔과 한국 = 최동주 엮음.

해방 후 1973년까지 유엔이 대한민국의 건국과 평화, 경제 발전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했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책은 우리나라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는 과정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의 유엔의 역할’, ‘한국전쟁과 유엔의 개입’, ‘한국 전쟁 기간 유엔의 민간 구제 활동’, ‘전쟁 폐허의 재건과 유엔’, ‘경제 성장 초기 유엔과 세계은행의 기여’ 등 소주제에 나눠 실었다.

숙명여대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 연구팀이 유엔의 지원 활동을 기록한 4만여 원문을 분석해 국가 성립, 한국 전쟁과 복구, 초기 경제 발전 과정 등에서의 중요한 사항을 간추려 담았다.

경계. 404쪽. 2만7000원.

▲ 중국 군벌 전쟁 = 권성욱 지음.

‘초한지’, ‘삼국지’의 현대판이라고 할 만큼 수많은 영웅이 천하를 분점해 대결하는 청조 말기에서 장제스(蔣介石)의 북벌 완료까지 중국의 혼란한 역사를 다룬다.

위안스카이가 죽고 나라의 구심력이 사라지자 중국에서는 각지의 군사 실력자들이 천하 패권을 놓고 다투는 ‘군벌’ 시대가 열린다. 1922년 제1차 펑즈(奉直)전쟁의 양 당사자인 장쭤린(張作霖)과 우페이푸(吳佩孚)는 서로를 ‘군벌’이라고 불렀으며 장제스는 북벌전쟁에 나서면서 북방의 군사 지도자들을 ‘군벌’이라고 불렀다. 공산당은 그 장제스까지 포함해 죄다 군벌로 치부했다.

중국 근대사에서 ‘군벌’이란 중국의 발전에 걸림돌이 됐고 국가와 민족에 큰 해악을 끼쳤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다. 그러나 일부 군벌이 폭정을 일삼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동북왕’ 장쭤린의 경우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하는 마적 출신이었으나 지역의 정권을 잡은 후 아편 밀매를 금지하고 교육과 근대산업 육성에 힘을 써 동북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 밖에도 민중을 계몽하며 지역을 근대화하고 외세의 침략에 맞서 민족의 기운을 바로 세우려 한 군벌이 많았다.

또 청조 몰락 후 각지에서 군벌이 일어서면서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웠지만, 중국이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그것은 군웅이 천하를 두고 쟁탈하는 시대였고 중국이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난세를 살았던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의 꿈과 좌절, 대결과 협력, 승리와 패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135장의 사진 및 도판 자료와 27개의 전황 지도가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미지북스. 1396쪽. 4만8000원.  

▲ 산의 역사 =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프랑스의 지리학자·사상가였던 저자(1830~1905)는 나폴레옹 3세의 폭압적 군주제에 반대해 일어났던 파리 코뮌에 참여했다 탄압을 받게 되자 알프스산이 올려다보이는 스위스 산골짜기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자신이 소년기를 보냈던 피레네 산자락부터 프랑스 중부의 고원, 독일, 스페인 북부와 스위스의 산악을 두루 답사한 기억을 되살리며 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드러낸다.

산의 기원과 물리적 성격, 돌의 결정과 화석, 숲의 생성, 기후 변화, 산짐승의 움직임과 더불어 산을 둘러싼 신화와 숭배, 인류와 마주한 산의 현재 모습까지 지리적 측면과 아울러 산이 인간과 함께 겪어온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1880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언어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와추셋 산행’과 함께 산에 관한 고전으로 자리 매김했으며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와 옥타브 미르보, 제임스 조이스 등 후대의 학자·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파람북. 240쪽. 1만5000원.

▲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인물편 = 데이비드 키더·노아 오펜하임 지음, 고원 옮김.

지난해 11월 출간된 직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의 후속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요일별 테마에 따라 하루 한명의 이야기를 1년 동안 읽을 수 있도록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365명을 리더, 철학자, 혁신가, 악당, 예술가, 개혁가, 선지자 등으로 분류해 한 페이지씩 분량으로 다뤘다.

이집트 파라오 무덤을 뒤진 고대의 도굴꾼 아멘파누퍼와 조국 스파르타를 배반하고 적국 페르시아와 내통한 파우사니아스부터 뉴욕 마피아 감비노파의 두목 존 고티, 우편물 폭탄 테러범 유나바머, 보스니아 집단학살 주범 라도반 카라지치에 이르기까지 악인들을 별도로 다룬 점이 이채롭다.

또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악녀 이세벨, 고대 그리스 시인 레스보스의 사포, 남편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암살한 로마의 아그리피나,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20세기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이사야 벌린, 이스라엘 총리로 아랍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골다 메이어, 미국 작가 수전 손태그 등 여성들도 비교적 많이 등장한다.

위즈덤하우스. 380쪽. 1만6000원.

▲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 N.K. 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휴고상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전인미답 경지에 오른 N.K. 제미신의 첫 번째 단편 소설집이다.

소설집 제목은 흑인 여성, 즉 마이너리티로서 백인 남성 위주의 공상과학소설과 판타지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토로한 동명 에세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휴고상과 네뷸러상 최우수 단편상 후보에 올랐던 ‘비제로 확률’을 포함해 지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쓴 단편 22편을 수록했다.

이 소설집으로 제미신은 로커스상 최우수작품집상과 미국도서관협회 주관 알렉스상을 받았다.

황금가지. 572쪽. 1만5800원.

▲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 강화길 외 지음

심리학에서 ‘불안’이란 감정은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요소이자 호르몬에 의한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이나 진화심리학에서는 실제 위협 요소가 없더라도 본능적으로 불안과 피해 의식을 느끼며, 이를 상쇄하고자 자신에 공감할 ‘내 편’을 지속해서 찾는 존재로 여성을 파악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

젊은 여성 작가 여덟 명이 모여 이런 ‘불안’의 감정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이들은 여성의 불안과 분열이 ‘거대한 남성 중심사회’가 야기한 것이라는 주장과 주제를 각각의 짧은 소설을 통해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여성의 강력한 연대와 단합을 주문한다.

소설가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지혜, 천희란, 최영건, 최진영, 허희정이 참여했다.

은행나무출판사. 268쪽. 1만3000원.

▲ 기린의 타자기 = 황희 지음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중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품이다.

불길에 휩싸인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사라진 여자 류지하는 순간 이동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다.

애인, 반려견과 세계를 떠돌며 사는 그는 매일 소설을 쓰며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어느 날 한국 출판사에서 그의 첫 장편소설을 출간해주겠다는 소식을 들은 날, 그는 음모에 휘말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지하의 어머니는 가부장제에 희생돼 지하실에서 유령처럼 사는 인물로 묘사된다. 딸 지하가 보내온 소설을 읽은 그는 함께 암울한 현실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저자 황희는 2004년 미스터리 스릴러 ‘썸머 레인’이 영화진흥공사 재외동포 대상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제1회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2016년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부유하는 혼’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들녘. 404쪽. 1만5000원

▲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 톰 스탠디지 지음. 김정수 옮김.

음료는 역사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그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집트 피라미드, 그리스 철학, 로마 제국, 미국 독립, 프랑스 대혁명, 영국 산업혁명, 아편전쟁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충격을 준 세기적 대사건 뒤에는 그 시대를 만들어낸 음료가 있었다.

영국의 언론인인 저자는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차, 콜라라는 음료 렌즈를 통해 석기시대부터 21세기까지 인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들이 서로 다른 문명의 복잡다기한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차례로 설명해준다. 다시 말해 인류와 음료 사이에 얽힌 1만년 역사 이야기다.

캐피털북스. 324쪽. 1만6800원.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전홍진 지음.

‘매우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심리학서에서 뇌과학과 정신의학 연구,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40명의 사례로 알려준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 윈스턴 처칠, 알프레드 뉴턴, 로베르트 슈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이 ‘매우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며 이들은 예민함을 잘 다스려 디자인, 과학, 음악 등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고 말한다.

책 곳곳에 진단표나 그래프가 제시돼 독자 자신의 상태를 점검토록 한다.

글항아리. 388쪽. 1만8000원.

▲ 부의 재편 = 선대인 지음.

큰 위기는 필연적으로 세계 질서에 큰 변화를 낳는다.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와 산업이 사실상 리셋됐다. 그렇다고 기존의 모든 구조와 질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존에 세계를 지배하던 힘들이 지속하기도, 위축되기도, 증폭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적 힘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주는가. 향후 5년 동안 경제 흐름은 어떻게 전개될까. 코로나 주가 폭락과 반등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또 무엇인가. 저자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서 새로운 부의 흐름을 읽고, 투자로 연결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토네이도. 368쪽. 1만8000원.

▲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롭 월러스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진화생물학자이자 계통지리학자인 저자는 코로나 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기원을 초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숲을 베고 늪을 메우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함으로써 잠들어 있던 병원균의 유전적 재조합이 일어나 거대 농축산기업의 공장식 생산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가축을 순식간에 감염시키고 농장의 노동자를 감염시키며, 농축산기업이 만든 판로를 따라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조류독감과 H1N1 돼지독감, E형 간염, 니파 바이러스, Q 열병 등을 조사한 저자는 당시 일화들과 함께 바이러스의 유전적 재조합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이며 때론 비유적인 표현으로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자 사회와 연구 단체가 정부와 농축산 기업으로부터 연구지원금을 받으며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 바이러스의 이름을 기원한 장소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 발생과 통제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분자구조나 전염병의 특징은 그 기원과 긴밀히 결합해 있어 이를 알아야 복잡한 바이러스의 생태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야생 동물과 가축, 농작물, 인간의 건강을 생태계 맥락에서 통합해 연구하는 ‘원헬스’에서 더 나아가 사회경제학적 맥락을 고려하는 접근, 소유권과 생산, 건강을 위협하는 지형 변화 뒤에 숨은 구조적, 문화적 토대를 결합하는 ‘구조적 원헬스’를 바이러스 창궐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제시한다.

너머북스. 400쪽. 2만4000원.

▲ 동물 기계 = 루스 해리슨 지음, 강정미 옮김.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 루스 해리슨(1920~2000)이 1964년에 출간해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동물복지 분야의 고전이다.

당시 새롭게 부상한 공장식 육계 시설, 도계장, 배터리 케이지, 육우 축사 등 밀집식 사육시설에서 고기를 만드는 기계로 전락한 농장 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생생히 전달한다.

또 농부, 축산업자, 정부 관계자, 과학자 등 축산업에 관계된 이들의 다양한 입장을 균형감 있게 소개하면서도 여기에 반박하는 자신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담았다.

저자는 나아가 이 같은 사육방식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을 환경, 식품의 품질, 건강 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헤쳤다.

이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영국 정부는 프랜시스 브람벨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농장 동물의 복지를 점검했고 그 결과를 ‘브람벨 리포트’로 엮어냈다.

해리슨의 책과 ‘브람벨 리포트’의 제안은 이후 굶주림, 불편함, 고통·부상·질병, 두려움·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와 일반적인 행동을 할 자유 등 ‘동물의 5대 자유’로 성문화됐다.

에이도스. 388쪽. 2만원.

▲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 김개미 지음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왜 나를 보지 못하는가, 어서 와서/ 아직 남은 내 젊음을 가져가지 않고/ 늙고 싶다 빨리 늙고 싶다/ 극도로 무력해지고 싶다’ (‘극심한 오늘’ 부분)

‘이미지스트’로 불리는 김개미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외로움과 답답함, 슬픔의 무게를 노래한다.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난 김개미는 2005년 ‘시와 반시’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오줌이 온다’ 등이 있다.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제1회 권태웅 문학상을 받았다.

걷는사람. 154쪽. 1만원.

▲ 영의정 실록 1·2 = 박용부 지음

조선시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영의정 자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으며, 그들이 남긴 명성은 과연 어떠했을까? 

왕조별 영의정 173명에 대한 개개인의 가족사항부터 경력과정, 재직기간 중의 기록, 죽을 때 남긴 졸기 평가를 중심으로 편집했으며 영의정에 오르게 한 핵심 요인을 각 영의정별 첫 소주제로 잡아 서술했다.

1권에서는 태조시대 배극렴과 조준, 정종시대 심덕부, 성석린, 민제, 태종시대 이거이, 김사형, 이서, 이화, 하륜, 유정현, 남재, 한상경, 세종시대 심온, 이직까지 15명의 영의정을 다루고 있다.

2권에서는 왕조별 영의정 173명에 대한 개개인의 가족사항부터 경력과정, 재직기간 중의 기록, 죽을 때 남긴 졸기 평가를 중심으로 편집하였으며 영의정에 오르게 한 핵심 요인을 각 영의정별 첫 소주제로 잡아 서술했다.

지식공감. 각 480쪽. 각권 2만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