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온스당 1930달러 최고가 돌파
계속 상승시 지역 수출·내수에도 악영향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국제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불안정한 코로나19 정국에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하는 현상이나 시중에 돈을 풀지 않는 긴축 심리가 담겨 있어 지역의 수출과 내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7일 뉴욕 상품거래소 8월 인도분(引渡分) 금은 전날 거래일보다 온스당 1.8%(33.50달러) 오른 193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24일 9년 만에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온스당 1897.50달러보다 30여 달러가 더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28일 한국거래소(KRX)의 1㎏짜리 금 현물 거래액도 1g당 8만 100원을 경신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돈 3.75g당 최고가가 5만 8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 투자 온도가 매우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금값이 오르고 있는 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금 투기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광의통화량이 3000조 원을 넘어서 유동성 자산이 풍부한 데다가 정부가 저금리 대출로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어 지역 수출과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금값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기업 투자 심리가 계속해서 꺾이고 있고, 0%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시중 자산이 투자 방향을 헤매고 있어서다.

충청권 중소기업 관계자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지역의 영세한 기업이 가장 먼저 타격받는다. 소비 파이가 줄어들수록 대기업보다 느슨한 중소기업의 판로가 먼저 끊기는 탓이다”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도 금값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수현 대전상점가총연합회장은 “금값이 오르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금을 많이 산다는 것은 돈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장사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도 좋지만 시중에 돈이 돌아야 다 같이 잘살 수 있는 만큼 무리한 금 투자는 지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미국 월가에서는 조만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 25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남아있고, 중국·러시아가 미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산 다각화의 일환으로 금 사재기를 하고 있어서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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