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모 대전경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자영업자들이 풍요로운 시절은 없었다. 늘 경영난에 허덕이며 고달픈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자영업자이다. 몇몇 자영업자들은 대박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하기도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의 자영업자들은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 또는 생계는 고사하고 경영을 하면 할수록 부채만 늘어가는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니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것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의 강도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많다보니 다수의 사람들이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이 넘쳐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구조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점포가 늘어나면서 임대료도 연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 더욱 탈출구가 없는 악순환 구조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갖가지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산적한 문제점이 많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반짝 특수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항구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그러니 정부와 지자체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대책을 강구해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자영업자들의 연대이다. 또한,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다. 자영업자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라는 생각을 하고,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 특히 지역 내 자영업자들을 위해 단 하나의 물건이라고 지역 내에서 소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출범한 대전경제살리기시민운동본부(이하 대경본부)는 시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로 회원들의 뜻을 모았다. 공룡 대기업의 공세에 맞서 악전고투하며 자구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지역 업체와 업소를 우선적으로 돕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계룡문고’이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알라딘 인터넷서점 등과 맞서 대전의 자존심을 지켜나가며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성실히 벌여가고 있는 향토기업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시민 책 읽기 운동’과 더불어 ‘향토서점 이용하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대경본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시민의 뜻을 모아 성공 사례를 만들고 나면 이후 향토기업 살리기는 정착되고 확산할 것으로 본다. 대경본부는 원도심에 자리한 계룡문고에서 회원 참여 행사를 갖는 한편 인근 식당가 점포들을 이용하는 시민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전 회원이 참여해 온라인을 통한 향토서점 이용하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대대적 유통망을 바탕으로 동네서점을 몰아내고 있는 대형서점에 맞서 지역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계룡문고를 시민이 애용하는 서점으로 자리잡게 적극 도울 것이다.

그래서 성공사례를 통해 제2, 제3의 향토기업 살리기 운동을 활발하게 이어갈 것이다. 또한 글로벌 체인망을 갖춘 다국적 호텔에 맞서 대전 지역 호텔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유성호텔을 살리기 위한 운동도 벌여나갈 것이다. 리베라호텔과 아드리아호텔의 폐업으로 인근 유성온천 일대 자영업 점포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유성호텔을 살려내는 길은 위축된 주변 상권을 살려내는 길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약한 힘이지만 모으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지역경제 살리기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물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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