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지난달 말부터 매주 화요일 아침은 교문 지도를 하는 날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학생안전자치부의 업무가 늘어나고 피로감이 누적돼 보직 교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교문 지도를 돕기로 한 것이다.

30년 전 교직에 처음 들어와서 무려 6년 동안 학생과 업무를 하면서 그것이 일상의 업무였지만 지금은 그때와 교육환경이 천양지판으로 변화됐고 아주 오랫동안 서 있지 않았던 자리라 왠지 낯설기만 했다.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잠이 부족한 채 졸린 눈으로 차에서 내려서 허겁지겁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

코로나19 자가점검을 위해 교문 근처에서부터 부랴부랴 핸드폰을 켜고 들어오는 학생들. 어깨에 멘 무거운 책가방에 그것도 모자라 손에까지 다른 책들을 들고 지쳐서 들어오는 학생들…. 그러다 보니 밝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며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교문 지도를 시작한 첫 날, 나는 태생이 어쩔 수 없는 꼰대인지라 인사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교사로서 내가 무시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괴리감도 들면서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그 옛날처럼 그런 학생들을 큰 소리로 불러서 인사 안 했다고 혼내고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난날을 성찰하고 이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시대가 바뀌었음을 다시금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인사를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인사하기로 했다.

처음은 좀 어색해서 말이 잘 안 나왔지만, 용기를 내어 학생들을 향해 “안녕”, “좋은 아침”을 조심스레 꺼냈다.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 하다가 보니 어색함은 줄어들고 나름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먼저 인사하는 학생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고, 슬기로운 학교생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교문에서의 학생들과의 만남도 제자리를 찾고 즐거워졌다.

인사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고, 호감을 드러내는 표시이며, 인격과 교양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또 즐겁고 명랑한 사회생활과 원만한 대인관계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래서 예부터 인사성이 밝은 사람을 보면 "아무개의 자식은 사람이 됐어."라고 그의 부모까지 칭송하면서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학교생활의 하루는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매일 하는 똑같은 인사지만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지루하지 않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밝게 인사를 하면 칭찬을 받을지언정 욕을 먹거나 손해 보는 일은 결코 없다.

‘논어’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했다. 먼저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인사해 주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내가 먼저 다가가고 먼저 좋아하고 먼저 눈 맞추어 인사해야 할 일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