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강화에 관리 보수 비용 절감 목적
“현금 필요할때 막상 없으니 불편하네”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 오진영(32·대전 서구) 씨는 최근 퇴근 후 급히 경조사비를 인출하기 위해 ATM 기기를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온라인 경조사비 송금 서비스가 활성화 된 요즘이라지만 직접 봉투에 넣어 전달하는 게 ‘인지상정’ 이라고 생각하는 오 씨인 만큼 최근 자취를 감추는 ATM이 그립기만 하다. 그는 “현금이 급히 필요할 때 주변에 은행 ATM기가 없어서 난감했던 적이 많다. 일터가 둔산동과 같은 도심에 있는 게 아니라서 돈을 뽑으려면 멀리 가야하는 일도 있다. 편의점 ATM기기는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지만 수수료가 비싼편이라 이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장종민(54·대전 중구) 씨도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ATM 기기에 대해 푸념한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카드 결제가 늘어나면서 현금을 받는 일이 줄어들었다지만 고령층 소비자가 많은 전통시장 특성상 현금 결제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마당에 장사가 끝난 뒤 입금을 위해 ATM이 있는 곳까지 가야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장 씨는 “예전에는 시장 주변에 여러 은행의 ATM이 많았지만 지금은 10분 거리의 은행 지점까지 찾아가야 한다. 시장을 찾는 어르신들 중 지갑에서 바로 돈을 꺼내 값을 지불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모인 현금을 퇴근할 때 입금하고 갈 수밖에 없는데 매일 멀리까지 이동하니 여간 번거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면서 점포 감축은 물론 ATM 기기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1분기 보유중인 ATM기 수는 총 2만 1247개로 지난해 동기2만 2363개보다 1116개(4.9%)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이 기간 ATM기를 가장 많이 없앴다. 지난해 1분기 7172개던 KB국민은행은 올 1분기 6704개로 468개(6.5%) 줄였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5237개에서 4815개로 8%, 하나은행도 4093개에서 3923개로 4.1%, 신한은행 역시 5861개에서 5805개로 0.9% 각각 줄었다.

은행들이 최근 ATM기를 정리하는 이유로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를 찾는 고객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은행에서 이뤄진 금융 서비스 가운데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91.2%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이용은 45.4%에서 53.2%로 7.8%포인트 뛰었다. 반면 CD·ATM의 거래 점유율은 34.7%에서 30.2%로 4.5%포인트 떨어졌다.

대전의 한 시중은행 지역본부장은 “한달 관리비용이 대당 100만 원 이상 나온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현급 이용이 절실한 고객들이 종종 찾는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비대면 거래 비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요즘 은행으로서는 점차 ATM기를 줄이고 언택트 서비스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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