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반발 잠재울 수 있지만 충청선 거부감 표출도

[금강일보 최일 기자]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합니다.”

“속 빈 강정에 또다시 농락당할 겁니까!”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의 아픔을 딛고 16년 간의 겨울잠에서 깨어나려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대하는 충청인들의 수용(受容) 태도가 이처럼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여기엔 ‘세종 행정수도-서울 경제수도’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수긍’과 ‘반발’도 작용하고 있다. 

여권발 행수(行首) 이전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을 가동해 사회적 공론화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민심을 고려해 ‘행수 세종, 경수(經首) 서울’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행수 기능이 빠져나간 서울을 어떻게 디자인할지가 중요한 논의사항”이라며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을 모델로 서울을 어떤 방식으로 경제수도로 만들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단장은 “행수 완성과 글로벌 경수 서울 로드맵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며 “균형발전의 한 축에는 아파트 값으로 평가받는 도시가 아닌 혁신으로 다시 도약하는 경수 서울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합계출산율 0.76으로 전국 최저, 세계 최저 수준의 서울을 다시 젊게 만들어야 한다. 창업과 혁신이 샘솟고, 최고의 경제 인프라를 갖춰 국제적으로 더욱 발돋움시켜야 한다. 행수 세종과 경수 서울을 워싱턴DC와 뉴욕의 한국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추진단은 29일 국회에서 9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구성된 국정과제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행수 완성을 위한 서울 등 지역별 대안을 제시하며 여론전에 박차를 가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균형발전은 단순한 인구 분산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대한 계획이 돼야 한다. 특히 서울을 뉴욕처럼 글로벌 경제도시로 도약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우 단장도 “서울의 강점을 더 잘 살려 글로벌 경수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여권이 ‘세종 행수-서울 경수’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에선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도 이전의 목적은 정부 부처와 국회·청와대의 분리로 인한 국가 자원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방점이 있다”며 “미완성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온전하게 만들어 ‘행수는 세종, 경수는 서울’이란 구도를 만드는 게 그 핵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이분화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충청 민심이 있다. 서울에는 ‘알짜’인 경제 관련 인프라를 존치·확대하고, 세종에는 행정수도란 미명 아래 행정기관 건물 몇 개를 더 짓는 것이 과연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는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노른자는 서울에 남겨 두고, 중앙행정기관만 밀집시키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10년 전 이명박정부에서 이슈가 됐던 세종시 수정안(기업도시화)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통합당 신임 대전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장동혁 유성갑 당협위원장은 “서울은 경수로 더욱 글로벌하게 키우고, 세종은 행수로 만들겠다는 안을 우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하는가? 차라리 서울을 행정수도로 하고, 경제의 중심 기능을 세종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내실이 있는 것 아니냐”라며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중앙정치권에서 던지는 이슈에 충청권이 휘둘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