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경영난 겪는 병원들
사전 예고 없이 임금 삭감하는 경우도 발생
“1차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 지원책 마련 시급”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 대전 내 한 중소병원에 재직 중인 간호사 A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병원 측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임금을 30% 삭감했다. 최저임금을 간신히 지킨 수준”이라며 “시국이 이러니까 이해는 가지만 예고도 없이 임금을 줄여버리니까 당황스럽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는데 코로나19가 ‘치트키’도 아니고 온갖 곳에 이유로 다 갖다 붙이니 진짜인지 아닌지 점차 믿기가 어려워진다”고 우울해했다.

지역 일부 병원들이 재직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정 문제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일부 병원들이 사전 예고도 없이 임금을 삭감하거나, 그 삭감 정도가 꽤 커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 소재 170병상 규모의 한 중소병원은 전 직원 임금을 25% 삭감했다.

해당 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 B 씨는 “코로나19 사태 인헤 상황이 워낙 좋지 못 하기 때문에 삭감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임금을 삭감해놓고 통보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어이가 없고 매우 불쾌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의사들 진료수당이나 정규직 간호사들의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지 않는 건 그나마 이해해본다고 해도 인턴 개념으로 채용한 간호조무사들이나 한시적으로 고용한 프론트 데스크 직원 월급까지 깎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일부 부당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재정 문제로 임금 지불에 차질이 생긴 병원이 적잖은 현실이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원들의 외래환자 감소율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32%에 달했으며 병원의 진료수입 역시 9.5%에서 많게는 15.5%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서구 소재 C 병원 관계자는 “독단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병원도 분명 있지만 정말로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진 곳이 많다”며 “괜히 앓는 소리 하는 것 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지역 내 중소병원들은 대형병원보다도 경영난이 심각하다. 우리 병원 역시 재직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석달 째 임금을 삭감했다. 제때 지불 못한 임금은 올해 하반기 내로 달마다 나눠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숨 섞어 말했다.

이어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계속되면 도미노처럼 대형 의료기관들에게도 분명 타격이 간다. 그렇게 되면 실업난 또한 심각해질 것”이라며 “현재 국민안심병원이나 코로나19 전담병원들 조차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1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을 위한 지원책이 신속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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