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국내 연구진이 생체 내 단백질 촉매인 효소를 모방해 공급자 또는 개발자가 원하는 화학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안전성을 갖춘 산업용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실생활에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비닐 등의 재료인 화학 원료를 만들 때, 자연계 효소와 동일한 원리로 반응물을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성능 산업용 촉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최민기·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같이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높은 열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서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PPS는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매우 뛰어나 자동차나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고분자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촉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 중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수소화 반응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한 결과 1% 미만의 아세틸렌은 금속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고분자막을 투과해 쉽게 전환되는 대신 99% 이상의 에틸렌은 고분자막에 가로막혀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않아서 기존 팔라듐(Pd) 촉매와 비교할 때 선택도는 2배 이상, 안정성은 10배 이상 증진된 결과를 얻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송현, 신승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지난 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논문명: Dynamic Metal-Polymer Interaction for the Design of Chemoselective and Long-Lived Hydrogenation Catalysts).

최 교수는 "향후 높은 선택도가 있어야 하는 다양한 화학반응에 폭넓게 응용 및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LG화학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곽진성 기자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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