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사회부장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제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연설에서 내놓은 제안이다. ‘인구절벽’ 속에서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는 반면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은 점점 늘어나는 비정상적 흐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행정수도 이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 이슈가 품고 있는 잠재적 파급력을 잘 알고 있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래서일까. 행정수도 이슈는 ‘미친 서울 집값’과 어우러져 전혀 다른 방향에서 논란 지점이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국회 옮긴다고 서울 집값이 잡히냐는 식이다. 지방 소멸의 위기감은 안중에도 없이 부동산 투기판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논하고 있으니 벌써부터 예감이 안 좋다.

미친 서울 집값 문제는 지속적인 투기수요 억제와 적절한 보유세 인상,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대책 등으로 풀어 가면 될 일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과도하게 밀집한 수도권 인구를 분산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일인데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거대 담론이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를 옮긴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

각설하고 지방분권·균형발전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올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우리나라 국토의 12% 면적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 있다는 얘기다. 서울만 놓고 보면 땅덩어리는 0.6%에 불과한데 이곳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0%가 뒤엉켜 산다. 통계청은 최근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 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1970년 인구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추세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50년 뒤엔 약 200만 명 수준까지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인구는 감소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의료기관, 대학 등 경제·문화·교육 인프라의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서울 근교에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니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의 사정은 다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고위험군에 속한 기초지자체는 2013년 75곳에서 지난해 97곳으로 늘었다. 수도권에선 ‘부동산 투기 잔치’가 한창인데 지방에선 도시·마을이 사라질 걱정을 하고 있는 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똑같이 세금 내는데 그 혜택이 특정 지역·집단에 쏠린다면 그 이면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또 국가 주요 자원이 모두 한 곳으로 몰리면 다른 지역들은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인체에 비유해 보자. 크기로 따지면 수도권은 사람의 머리 정도에 해당하는데 그 머리 크기가 몸뚱이보다 크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한다.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다. 말 그대로 가분수다. 정부는 수도권에 몰려드는 국민들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아낌없이 인프라를 공급해 왔다. 오늘도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에 가기 위해,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위해, 부동산 투기로 한 몫 잡아보기 위해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향한다. 모든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은 그 기회를 정부가 만들어줬지만 지방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 불공평하다. 그래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한 거다. 물론 지방의 내발적 발전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아니 책임이다. 그간 수도권에 올인하느라 지역발전을 외면한 정부는 이제 그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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