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아파트 침수...135명 구조
산사태 일어나 주민 긴급 대피/시민들, “오래 살았지만 이런 경우 처음”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 동네를 덮친 모습. 김정섭 기자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도로가 폭우로 인해 패였다. 김정섭 기자
대전 서구 정림동 대청병원에서 직원들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섭 기자
침수된 아파트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보트를 이용해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제공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거대한 물폭탄이 떨어진 대전 곳곳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오래된 아파트는 물에 잠겼고 산사태가 일어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비 피해가 극심했다. 도심이 며칠간 마비되다시피했던 지난 2004년 3월 폭설을 제외하곤 그동안 별다른 자연재해 없이 살아온 시민들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전히 비가 가열차게 쏟아지던 30일 오전 9시 경 찾아간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는 흡사 전쟁터를 연상시켰다. 고도가 낮은 아파트 특성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3층 높이까지 흙탕물이 찼고 여기저기서 구조를 요청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터져나았다. 각종 생활용품과 쓰레기가 뒤엉켜 떠다니는 게 홍수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아닌 밤중에 물벼락’을 맞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하면서도 무사히 구조됐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소방대원에 의해 먼저 구조된 주민 A 모 씨는 “아침에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깨보니 집 안은 이미 물바다였다. 처음에는 악몽을 꾸는 줄 알았다”며 “진짜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몸까지 차올라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한 엄마는 2층 창문 밖으로 구조요청을 하면서 우는 아들을 달래고 있었다. 구조의 손길이 매우 절실한 상황. 소방대원들은 보트를 이용해 모자를 무사히 구조했다. 아이 엄마는 “방송을 듣고 아들과 함께 대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집안에 물이 가득찬 상태였다. 아들은 울고 물은 계속해서 차오르고 너무나도 무서웠다”며 “안전하게 구조돼서 다행이지만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침수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큰 시름을 토로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스모스 아파트 2개동이 침수됐으며 주민 135명이 구조됐다. 몸을 사리지 않은 소방대원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대전 중구 부사동 산사태 현장도 위험천만했다. 오전 10시 30분 경 찾은 현장은 산에서 굴러떨어진 돌들이 도로에 가득했으며 일부 차량은 돌에 부딪쳐 찌그러지거나 깨진 상태였다. 현장을 수습 중인 소방대원들은 주민들에게 “돌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니 얼른 대피하시길 바란다”고 다급하게 말하면서 주민 한 명 한 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부사동 주민 김관영(60) 씨는 “대전에서 많은 비가 내려 산사태를 겪으니 말할 수 없이 당황스럽다. 30여년 만에 처음”이라며 “산사태가 났을 때 땅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 냅다 뛰어 나갔는데 돌과 쓸린 흙들이 집 앞을 가득 채웠다. 급하게 식구들을 깨워 밖으로 나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고 아찔해했다.

이날 수마(水魔)로 인해 만년교에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대사동 주변에 산사태 주위보가 내려졌으며 하천 범람으로 중구 안영교와 서구 금곡교가 전면통제됐다. 또 시내 지하차도와 하상도로가 전면 통제돼 출근길 큰 혼란이 빚어지는 등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오후 3시 현재 대전에서만 침수에 따른 배수작업 122건, 산사태 등 안전조치 21건, 토사 낙석 9건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은 장비 170대, 인원 1160명을 동원해 인명구조와 안전조치에 구슬땀을 흘렸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