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국회서도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어
반대, “의사가 잠자적 범죄자? 진료 위축 우려”
찬성, “수술실 불법행위 근절 위해 반드시 필요”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문제가 재점화됐다. 수술 중 불법행위 근절과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이 진료과정에 관한 증거를 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제화돼야 한다는 찬성파와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며 환자 신체의 특정 부위가 드러나는 등 개인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반대파가 팽팽히 대치 중인 상황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은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고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수술 등을 촬영·녹음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31일자로 대표발의했다. 안 의원은 "최근 병원의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등 부정의료행위, 마취된 환자에 대한 성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외부인이 수술 과정과 상황을 알기 어려우며, 환자는 마취 등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술 중 자신의 의사표현도 제한돼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정보비대칭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술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를 부여하고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의료행위를 하는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고 보존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의료계에선 해당 개정안에 대해 수술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 것이라며 해당 법안 제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잖았음에도 불구, 대한의사협회가 주축이 돼 의료인과 진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개인적인 정보가 널리 유출될 수 있다며 극구 반대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대전 A 병원 외과의는 “해당 법안은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가정 하에 추진된 거다. CCTV를 의무화하겠다는 이유 자체만으로도 환자들에게 더욱 공포심을 심어줄 뿐”이라며 “개인의 신체 부위를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된다는 것만으로도 ‘인권 유린’이 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의료계의 주축인 의협의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으로 인해 반대 세력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것 같지만 찬성을 주장하는 의료인들의 주장도 만만찮다.

대전 B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사고 발생 시 민법상 입증 책임은 전부 환자에게 있는데 병원 측에 요구하지 않는 이상 증거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병원이 환자를 도와주겠냐”며 “의료사고는 98% 이상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책임인데 지금은 환자들이 지고 의료기관이 이길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CCTV 설치 의무화를 통해 동등한 위치에서, 혹은 환자들이 이길 수 있게끔 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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