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충남교육청의 민원실은 우리 교육청의 얼굴입니다.”

우리 교육청의 현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안내데스크와 민원실이다. 누구든 편하게 들어가서 질문도 하고, 서류발급도 받고, 민원도 제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민원실의 업무담당자들은 교육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님, 도민을 만나야 한다.

법률적으로 민원은 주민이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표현이 과격하고 거칠 때가 있다. 그렇기에 행정기관에서는 이러한 민원인을 대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속상하셨겠어요.” 이 말은 조금은 격앙된 민원인의 마음을 다독이며 이성적으로 대화를 이끄는 기본이 된다. 또한, 그들을 내 가족처럼 아끼는 마음과 함께 아무리 사소한 의견도 소중하게 다루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1401년 조선 태종 1년, 대궐 밖 문루에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도록 북(鼓)을 설치했다. 바로 그 유명한 ‘신문고(申聞鼓)’이다. 한 나라의 절대 권력 국왕도 천심인 백성의 마음을 얻고자 설치했던 기구이다. 이것이 모태가 되어 지금의 ‘국민신문고’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화의 발달은 자신의 불편사항을 간편하고 손쉽게 제시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노약자를 비롯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의 취약계층에게는 아직도 국민신문고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회원 가입 절차, 공인인증서 이용, 휴대전화 본인인증 등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만 민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불편사항이 있을 때, 직접 행정기관을 방문할 수밖에 없고, 방문 후에도 이런저런 절차의 복잡함으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외국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더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교통편이 불편한 내포 지역에 있는 충남교육청을 찾아오기가 절대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기도 하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충남교육청에서는 올해 민원제도 개선과제를 수립해 다양한 편의 시책을 마련하였다. 민원 담당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원스톱 민원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민원 도움벨’, 외국어·수어 등 언어 소통의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위해 마련한 ‘명예 통역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할 때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는 ‘민원인 수송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시대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시민들의 주인 정신이 나날이 확고해지는 요즘, 민원 업무도 그 바탕부터 새로 다지는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내 집처럼 편하고 언제든지 쉽게 요구하며, 기쁜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담당해야 하는 우리의 책무이다.

공자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같이 소중히 여겨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을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라고 하였다. 언제나 민원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임한다면 민원인의 만족을 넘어 감동 행정을 펼쳐낼 것이다. ‘불편하십니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이것이 ‘행복한 학교, 학생 중심 충남교육’을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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