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 처음으로 지방 넘어서
서울은 팽창하는데 지방은 소멸 위기
지속가능 균형발전은 이미 시대정신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인 이른바 신행정수도법이 지난 2004년 헌재에서 위헌 판시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다시금 뜨겁다. 지난 4월 여권의 총선 압승과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지방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뛰어넘은 시대적 상황이 버무려진 결과다.

지난 1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9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8만 2700명)를 기록했다. 이로써 수도권 인구(2593만 명)가 지방 인구(2592만 명)를 처음으로 앞서며 수도권 인구비율 50% 시대가 도래했다. 인구 4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인 세계 10대 선진국들도 수도권 인구비율이 최대 20% 초반대인 것을 비교하면 매우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방의 경기 침체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기업 유출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효과가 바닥이 나 지방의 고용 위축에 따른 인구 유출이 가속됐기 때문이다. 앞서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정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본격 논의하며 행정·공공기관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며 강남 개발에 나선 것도, 1973년 일본 역시 수도 이전을 검토한 것도 수도권 인구 과밀화로 인한 폐해가 가중될 거라는 걸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은 균형발전을 통해 인구 과밀로 인한 주거 부담, 교통 혼잡비용 등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며 “(행정수도는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을 경제·금융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미국의 지역균형발전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남대 행정학과 원구환 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행정도시는 ‘워싱턴 D.C’, 경제도시는 뉴욕으로 분할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며 “수도권에 모든 국가역량이 집중되면 교통·주택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고 국가 안보에도 좋지 않다. 국가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은 반드시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갤럽에 따르면 행정수도 ‘서울 유지(49%)’ 의견은 ‘세종 이전(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예상대로 이전 반대는 서울(61%)에서 가장 높았고, 찬성은 광주·전라(67%), 대전·세종·충청(57%)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대하는 측에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제2국회 설치 추진, 서울 소재 대학 지방 이전 지원 등의 중장기 정책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원 교수는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행정부와 검찰(엄연한 행정기관)이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공공기관·기업·대학이 연쇄 이동해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통일부, 여성가족부 등이 내려오지 않은 것만도 봐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수도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전국이 고루 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시대정신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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