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대전 시민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할 때 “대전은 재난이 없는 도시”라는 말을 자주 한다. 대부분의 대전시민은 대전이 절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도시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대전은 자연재해나 산업재해를 통해 인적, 물적 피해를 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안전한 도시라는 강한 신념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산업 기반이 취약해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으니 다른 도시에 비해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없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리적으로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고, 산악지대도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러나 최근 하룻밤 사이에 물 폭탄이라 할 만한 엄청난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는 수난을 겪었다. 방심하고 있던 터에 닥친 일이라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단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과 곳곳에서 하수가 역류해 도로를 잠기게 해서 교통이 마비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TV 뉴스에서 연이어 보도되었다.

이 때문에 대전시민은 전국 각지의 친척과 지인으로부터 “별일 없느냐?”는 안부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 다른 지역에 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부 전화를 걸기만 했다가 이번에 전화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대전은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도시’라는 오랜 신념이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내린 폭우로 대전시민이 신화처럼 믿었던 가치가 붕괴되었다.

이어진 폭우가 없었고 민관이 합심해 적극 복구에 나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만, 상처는 여전하다. 이제 대전시민은 “대전은 재해가 없는 도시”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불가항력의 재해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방심이 이번 피해와 결코 무관치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늘 아래 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은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대전은 그동안 다행히 안전했을 뿐 결코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도시는 아니었다. 확률이란 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우의 수는 없음을 시민은 깨달았다.

재해는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다. 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이번 사태가 시민의 의식을 바꾸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돼야 한다.

무심코 하수 맨홀에 던진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빗물의 흐름을 막아 도로로 역류하면 재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시민 모두 작은 실천을 통해 생활 속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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