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일손 보탠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코스모스아파트 수해 복구 현장 구슬땀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비는 잠시 그쳤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흔은 처참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그저 막막해 속절없이 한 숨 짓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진 이 순간, 그들이 찾아와 손을 내밀었다. 수재민의 아픔까지 오롯이 씻어냈기에 했겠냐만은 한 줌 햇살을 쥐어주는 따듯한 손을 내밀었다.

지난 1일 오전 9시 경 다시 찾은 대전 서구 코스모스아파트의 몰골은 서글펐다. 토사물은 바닥을 가득 채웠고 각종 쓰레기와 생활용품이 여기저기 아무렇게 널부러져 있었다. 탄식이 절로 나오는 망연자실한 주민들에게로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어림 잡아 족히 500명은 넘어 보였다. 그들 중 누군가는 직접 목격한 수해 현장에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고 또 누군가는 안쓰러운 표정이지만 팔을 걷어붙인 의지만은 같은 무게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내 10명 씩 조를 배정받고 쑥대밭이 된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 안에 있던 진흙 묻은 이불과 옷가지를 이동세탁소로 옮기고 망신창이가 된 가재도구와 가전제품들을 꺼내는데 열중했다. 높은 습도에 진한 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개의치 않고 일손을 놀렸다.

방안을 청소하던 한 새마을부녀회 봉사자는 “처음 들어왔을 땐 재난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이었다. 뭐부터 손을 대야할지 고민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다”며 “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 순간에 집을 잃은 수재민들은 얼마나 더 힘드시겠는가. 그분들 고통 생각하면 힘든 기운이 싹 가신다”고 말한 뒤 가재도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은 진흙 투성이였고, 특히 지하주차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130여대의 차량이 수마에 꼼짝없이 당한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힘깨나 쓰는 육군 32사단 소속 장병들이 바람이 들지 않는 곳에서 넉가래 등으로 진흙을 모아 퍼나르고 있었다. 비오 듯이 땀을 흘렸지만 묵묵히 봉사에 전념했다. A 모(28) 일병은 “군인으로서 주민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얼른 이 상황이 마무리돼 주민들이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늠름하게 말했다.

넋 놓고 있던 피해 주민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은 시름 속에 만난 천군만마였다. 한 수재민은 장병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주면서 “아들 너무 고마워. 주말에 쉬어야할 텐데 이렇게 나오게 해서 미안해. 너무 고마워”라며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장병이 “괜찮습니다. 저보다 어머님이 더 힘드시죠’라고 위로를 건네자 주민은 참았던 눈물을 왈꽉 쏟아냈다.

수재민들에게 한 줌의 햇살을 쥐어주려는 손길은 다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봉사단은 물에 젖은 가전제품을 무상 수리해줬으며 향토기업 맥키스컴퍼니 등에서는 물과 음료수 등을 보내왔다. 일부 시민들은 과일, 컵라면, 봉사에 필요한 물품 등을 챙겨 직접 현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 김철민 (59) 씨는 “망연자실해 한숨만 쉬고 있었는데 많은 봉사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여러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있는 것 같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