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정학유가 작성한 농가월령가의 (음력으로)칠월령을 읽어보자.

“칠월이다. 맹추(孟秋) 되니 입추(立秋) 처서(處暑)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류(徐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늦더위 있다 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비없고, 바람끝도 다르도다. (나뭇)가지 위의 저 매아미(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자랑하는가) 칠석에 견우직녀 이별루(離別淚)가 비가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제 아미(蛾眉)같은 초승달은 서천(西天)에 걸리거다.(걸려있다)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거의로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다하노, 마음을 놓지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골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고르기, 낫 버려 두렁깎이, 선산(先山)에 대초하기, 거름 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넣고, 자채논에 새보기와 오조밭에 정의아비(허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이사도 쳐 올리소, 살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익게 갈아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놓고, 가시울 진작 막아 허실함이 없게하소. 부녀들도 헴이 있어 앞일을 생각하소.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저 소리 깨쳐 듣고, 놀라쳐 다스리소. 장마를 겪었으니 잡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거풍(擧風/ 바람쐬임)하고, 의복도 폭쇄(曝曬/ 햇볕쐬임)하소. 명주오리 어서뭉져 생량전(춥기전) 짜아내소. 늙으신네 기쇄(氣衰)하매 환절 때를 조심하여 추량(秋凉)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留意)하소. 빨래하여 바래이고 풀 먹여 다듬을 제 월하(月下)의 방추소리(다듬이 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실가(室家)의 역몰함이 일변(一邊)은 재미로다. 소채 과실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보소. 귀물(貴物)이 아니될까, 면화 밭 자조 살펴 올 다래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에 달렸나니.” 

8월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라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쉽다. 그럴수록 정신을 가다듬어 시를 읽고 성경이나 고전을 읽어 내면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①“8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발아래 까마득히 도시가/ 도시엔 인간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이 있을 터인데, 보이는 것은 다만 파아란 대지, 하늘을 향해 굽이도는 강과, 꿈꾸는 들이 있을 뿐이다/ 정상은 아직도 먼데, 참으로 험한 길을 걸어왔다. 벼랑을 끼고, 계곡을 넘어서 가까스로 발을 디딘 난코스에/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 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에쯤 서 있는가/ 어디서나 항상 하늘은 푸르고, 흰 구름은 하염없이 흐리기만 하는데, 우르르면 먼 별들의 마을에서 보내오는 손짓, 그러나 지상의 인간은 오늘도, 손으로 지폐를 세고 있구나/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산을 생각게 하는 달이다. (오세영/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②“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푸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8월에/ 호젓이 붉은 나무 백일총 밑에 누우면/ 바람이 와서 나를 간지럽게 하는가?/ 아님 꽃잎으로 다가온 여인의 향기인가?/ 붉은 입술의 키스는 얼마나 달콤하랴?/ 8월엔 꿈이어도 좋다/ 아리온의 하프소리를 듣고 찾아온 돌고래같이/ 그리워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고픈 그 님이 백조를 타고/ 먼먼 밤하늘을 가로질러 찾아 왔으면. (오광수/ 8월의 소망)”

③“저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땅의 소리인가?/ 하늘 소리인가?/ 한참 생각하니. 종소리/ 멀리 멀리서 들리는 소리/ 저 소리는 어디까지 갈까?/ 우주 끝까지 갈지도 모른다/ 땅속까지 스밀 것이고/ 천국에도 울릴 것인가? (천상병/ 8월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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