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세계는 지금 자국의 유전자원 보존과 새로운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식물자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말처럼 종자강국을 향한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신품종 개발을 위해 막대한 양의 자본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는 최근 유례 없는 기후변화의 상황에서 종자산업은 미래 국가생존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의 핵심동력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딸기산업 발전도 이러한 세계적인 종자산업의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딸기의 본격적인 재배는 1960년대 이후 시작되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우리가 먹던 대부분의 딸기는 일본 품종인 ‘아키히메’와 ‘레드펄’이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2002년 국제식품신품종보호동맹(UPOV) 가입과 함께 농업현장에서는 외국품종 의존성의 심화와 로열티에 대한 부담으로 비관론이 팽배하면서 이제는 딸기농사를 접어야 하는 가하는 탄식이 나왔다.

그러나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매향’과 ‘설향’ 등의 신품종으로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농가에 보급하면서 2001년 1.4%에 불과하던 국산 품종 보급률은 2019년에는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딸기의 종자주권 또는 종자독립의 시대를 이끌었다. 이와 같은 놀랄만한 변화를 주도한 ‘설향’ 품종은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흰가루병과 저온에 강하고 수확량도 좋아서 재배농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품종이다. 현재 ‘설향’ 품종은 국내 딸기 생산량의 87%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품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6조 4000억, 로열티 경감효과는 연간 24억 원으로 추산된다.

수출강국을 향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자원의 확보와 새로운 품종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설향’ 품종이 재배농가의 선호품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딸기의 국산화를 이끌어 왔으나 이와 함께 단단하고 당도가 높으며 유통기한이 긴 수출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딸기연구소는 최근 몇 년간 수출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으로 ‘킹스베리’와 ‘하이베리’ 등을 선보이고 있다. ‘킹스베리’는 촉성재배용 품종으로 맛도 있고 일반 딸기보다 두 배 가량 커서 ‘킹스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이베리’는 과실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또 맛이 새콤달콤하며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어 수출용 품종으로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출용 품종의 지속적인 개발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수출용 품종 개발과 함께 우량묘를 생산·보급하는 전문 육묘업체와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는 수출전업농가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재배농가는 우량묘를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야 하며, 재배과정에 따르는 병해충 및 생리장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제들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는 없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이제 딸기의 종자주권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향한 수출강국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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