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신용 평가 가능하지만
소비자 혼선 커질 수도 있어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내년부터 신용점수제가 정식 운영되는 가운데 현장에서의 반응이 엇갈린다. 기존 10등급으로 나뉘었던 평가 기준이 점수로 더욱 세분화 되면서 정밀한 평가가 가능해질 거라는 기대와 개인의 신용등급 관리가 복잡해져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월 14일부터 자체 신용위험평가 역량이 높은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에 신용점수제를 시범 적용했으며 내년 1월부터 보험·금융투자·여전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신용등급이라는 용어가 '개인신용평점'으로 바뀌고 신용등급 값이 개인신용평점 기준으로 변경된다. 현존하는 신용등급 체제는 신용점수가 7등급 상위에 있는 경우 6등급 하위와 신용도가 유사함에도 대출 심사 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점수제로 전환된다면 현재 10단계로 구분된 신용등급 체계가 1000점으로 세분화되기 때문에 보다 다양화·정교화된 여신심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점수제를 시범 운영 중인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기존 신용등급제에선 7등급 이하의 경우 모든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됐다. 하지만 개인신용평점을 활용해 은행별로 대출 가능여부 판단 기준을 마련한 결과 한 은행에서 신용등급 미달로 인해 심사가 거절됐던 소비자도 다른 은행에서는 심사 통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서구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기존 신용 등급제는 구간으로 신용 상태를 나눠 범주가 좁았기 때문에 한끗 차이로 여신 심사에 탈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우리 은행이 점수제를 도입해본 결과 여신 심사와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났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이지만 내년부터 정식 도입되면 수혜를 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세밀하게 나눠진 점수로 인해 고객들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정확한 점수를 알고 있어야 대출 심사 탈락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은행 지점 관계자는 “대출을 위해 지점을 찾아오신 분들 중 자신의 신용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심사 합격 가능성이 큰지 알아오시는 분이 많아 대출 상품을 소개해 드리기 쉬웠지만 만약 점수제가 시행된다면 1000점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자신의 신용 정보를 파악해 대출 계획을 짜는 게 상대적으로 복잡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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