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맹점 노출…‘초스피드’ 법 시행 지적
“전형적인 탁상공론, 정부가 사회적 갈등만 초래”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임대차 3법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맹점이 드러나고 있어서인데 일각에선 정부가 사회적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낸다. 겉만 세입자를 보호할 뿐 실제로는 권리 행사를 주눅들게하는 조치라는 평과 ‘세입자를 위한 법이 세입자를 공격하고 있다’는 평 등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임대차 3법이 환영은커녕 탁상공론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실거주 요건 강화 정책 등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높다.

예를 들어 임대차 3법에서 비켜서기 위해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도록 세입자에게 꼼수를 부릴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 3법이 보호하는 계약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 전입신고를 해놓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주장하면서 갱신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임대차 3법의 ‘손해배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적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세입자가 직접 집주인의 위장전입, 제3자 임차 등을 증명해야 하지만 집주인의 주민등록등본을 동의없이 행사할 경우 불법이다. 급한 마음에 우편물 확인 등을 했다간 자칫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이에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누가 사는지 매일 모니터링하겠다’, ‘흥신소를 이용하겠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 매각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새 집주인이 갱신 청구를 이어받게 되지만 집을 산 사람이 실제 거주를 원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계약 갱신을 요구한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불확실성이 생긴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월세 매물이 실종되고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세입자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도 애매하다. 법은 갱신 거절 시 실거주 기준을 ‘임대인과 직계존속·직계비속’으로 명시하고 있다. 본인 기준 혈연으로 직접 이어지는 관계다. 다만 임대인의 배우자 포함 여부는 법규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일부 임대인이 배우자만 세대 분리해 마치 실거주하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월세 전환도 논란거리다. 임대인들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월세 전환을 시도 중이고 정부는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라는 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며 세입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안심시키지만 ‘동일한 조건’이라는 문구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에 정확히 전·월세 전환을 못 하게 하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유권해석에 대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안일한 생각으로 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 서구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 법을 내놓고 있지만 규제가 시장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곳곳에서 구멍이 발생할 것이고 이를 정부가 메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시장이 더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 유성구 한 공인중개사도 “손해배상 등의 규정은 세입자와 집주인의 사회적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늘려 중재 기능을 강화하겠다지만 법적 정합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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