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예방 시설이 침수 유발할 수도
무단투기,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와

대전의 한 상가 앞 빗물받이가 고무덮개로 덮혀있다. 김정섭 기자
4일 대전의 한 번화가에 있는 빗물받이. 담배꽁초로 가득하다. 김정섭 기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매년 침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종 쓰레기가 쌓인 빗물받이 문제가 대두되지만 지속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이어지면서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빗물을 모아 하수관으로 보내 침수 피해를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빗물받이가 무분별하게 버려진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 대전의 한 번화가, 빗물받이 안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악취가 코를 찔렀다. 심지어 다른 빗물받이에는 쓰레기가 담겨있는 비닐봉투가 있었다.

이 번화가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미화원 김 모 씨는 “사람들은 여전히 빗물받이를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도 깨끗하게 청소를 했는데도 청소한 곳을 다시 가봤더니 어김없이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며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 힘이 빠지는 것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번 폭우로 인해 대전이 마비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걱정했다.

빗물받이가 흡연자의 재떨이로 전락하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가의 경우 빗물받이 위를 각종 고무덮개 등으로 막아버리기도 했다. 상인 A 씨는 “치우다 치우다 지쳐 빗물받이를 막았다. 하루 이틀 청소하지 않으면 악취가 고스란히 상점까지 들어와 손님들이 인상을 찌푸리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고무덮개로 막으면 담배꽁초나 각종 쓰레기가 고무 덮개 위에 있어 치우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빗물받이를 막을 경우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으로 악취와 미관저해, 벌레 꼬임 등의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폭우가 쏟아질 경우 도심 침수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생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빗물받이를 덮개로 덮어 시뮬레이션한 결과 역류 현상이 일어나 3배 이상 빠르게 침수가 진행됐으며 침수 수심이 1.4~2.3배 깊고 보도블록 높이까지 침수가 일어나는 속도 역시 2배 이상 빨랐다.

대전방재연구소 관계자는 “빗물받이만 잘 관리해도 침수 피해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환경미화 활동을 한다고 해도 시민의 역할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려선 안 된다. 빗물받이가 이물질 등으로 막혀 있는 경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하나가 결국 그 누군가에게 더 큰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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