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교육연구소장

 

▲ 모두 도둑놈!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하는 경찰관이 신호를 위반한 차량을 적발하여 딱지를 끊으려 하자 운전자가 항의한다. “저 앞차도 위반했는데 왜 내 차만 끊어요?” 그러자 경찰관이 하는 말 “어부가 바다의 고기 다 잡을 수 있나요?” 그러니까 딱지를 끊긴 운전자는 자기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끊겼다는 말이다.

명심보감에도 같은 뜻의 글이 있다.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세상에 넘쳐흐르건만 박복한 사람만이 붙잡힌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워함이 없이 남이나 사회 탓으로 돌려 합리화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일본소설가 ‘사타구치 안고’는 집단적 타락증후군(集團的墮落症候群)이라 하였다.

즉 모든 사람이 똑같은 범법자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낸 말이라 하겠다. ‘민나도루무데스’ 즉 '모두 도둑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부끄러워 할 줄 알아서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오.’ 할 때 아름다운 사회의 꽃이 피지 않겠는가.

▲ 저 높은 양반들이 진짜 도둑놈!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하다 붙잡힌 소매치기가 경찰관에게 이렇게 항의한다. “나라세금 훔친 저 높은 양반들이 진짜 도둑 아니요?” 그러니까 소매치기는 자신의 소매치기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정행위에서 자신의 범법행위를 합리화 시키려 한 것이다.

사타구치 안고는 이러한 현상도 ‘집단적 타락증후군’의 하나라 하였다. 지도층 인사가 자기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고 변명으로 합리화 하는 모습에서 일반인들도 부끄러움 없이 자기의 잘못이나 범죄를 합리화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저 높은 분들도 다주택자인데” 이처럼 사회지도층인사가 저지른 범죄는 곧바로 사회전체에 영향을 끼치어 사회지도층의 범죄가 증가할수록 사회전체범죄도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타인이나 사회지도층인사의 부정(不正)이 자칫 자기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 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부끄러워 할 줄 알고, 미워할 줄 알아야!
누구나 부정한 짓을 하면 양심의 가책을 받아 부끄러운 마음(恥)이 생긴다. 또한 남이 부정한 짓을 하였을 때는 미운 마음이 생긴다. 맹자는 이것을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 하여 하늘이 인간에게 내려 준 선한 본성(善本性)이라 하였다. 이러한 수오지심은 개인이 지켜야 할 본성일 뿐 아니라 사회질서를 지키는 사회의 본성이 된다 하겠다. 다시 말해 사회구성원 누구나가 자신의 부정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고 남의 부정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사회질서는 저절로 지켜질 것이고 사회정의도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 욕망의 본능을 지닌 동물이기에 수오지심의 선한 본성도 이기적 욕망의 본능 앞에 무너지기 쉽고 또한 사회적으로도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대체로 사회구성원 중에 수오지심을 지키는 사람 즉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6:4일 때 그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나 그와 반대가 되면 무너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끄러워 할 줄 아십시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 쉽게 말해 뻔뻔스러워 수치를 모른다는 뜻이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지금 우리 사회에 후안무치한 지도층 인사들에 의해 후안무치한 일들이 많이 저질러지고 있다. 국민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우리 정치, 끊임없는 고위관료의 후안무치한 성범죄, 체육지도자의 후안무치한 선수폭행 등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들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음이 아닌가.

▲ 그렇다. 사회지도자가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 사회가 바르게 될 것이오, 내 자신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내 삶이 바르게 될 것이다. “부디 부끄러워 할 줄 아십시오!” <인문학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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