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아들아 
늙은 모친 밭은기침 피해 
물수제비 띄우던 자갈밭 
두근두근 박동으로  
저무는 갈잎 흔들리는 소리  
쨍그랑 쨍그랑 
빛의 속도로 세월 가는 소리  
흔들리는 억새꽃    
뿌리털 깊숙이 내리며 
그림자 서걱이는 소리 
이제는 울지 않아요 어머니 
개구리 심장 다독다독   
아흔셋 노모 재울 때마다 
돌 지난 아이처럼 
쿵, 쿵, 쿵 방싯대는 소리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에 나서 금강을 보고 자란 아들이 있다. 그러니 금강이 그를 키운 셈. 그러니까 그의 몸속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있는 게지. 고로 그는 금강의 아들. 어느새 그를 낳은 어머니 나이 아흔 셋. 어머니는 늙어 가셨어도 강은 지날수록 새로워지는 법. 어머니 이제 금강처럼 누워서 흐르고 있다. 그럴수록 어머니의 생은 흙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중. 한때는 온 우주 다 품고자 세상에 모난 돌로 살던 아들에게. 그러면 정 맞는다, 무겁게 타이르기도 하셨지. 

세월이 흘러 이제 어머니 자리에 누우시고 아들은 중늙은이. 그래도 금강은 싱싱하게 흐르며 아들이 띄우는 물수제비 쨍그랑 쨍그랑 받아낸다. 합창으로 울리던 개구리들의 떼 창 소리도 사라지고 억새밭 청 갈대들 속삭임 잦아들 때쯤. 아흔 셋의 노모를 손으로 다독여 재워드리는 아들의 손놀림. 이제 어머니 돌 지난 아이처럼 누워 지내신다. 어머니의 삶은 다시 금강으로 돌아가시는 시간 속 여행인 듯. 그래도 이제 아들은 절대 울지 않으려 한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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