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입고 나타난 류호정
심상정 "원피스는 직장인 여성들 출근룩"
류호정 "국회 권위 양복으로 세워지는 거 아냐"
고민정, 유정주 민주당 의원도 류 의원 지지
2003년 유시민 '백바지' 패션으로 국회 모독 논란 휩싸이기도

지난 7월 20일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는 류호정 의원 / 연합뉴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도트 무늬 빨간 원피스에 대한 논란이 장외 입씨름으로 번지는 모양세다. 

전일 류 의원의 복장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장외에서 네티즌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해당 복정을 부정적으로 본 네티즌들은 “다방이냐", "인터넷 BJ 복장", "장소에 맞는 드레스코드라는 게 있는데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다"는 등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복장과 일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신선하고 좋다", "경직된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국회의원의 복장 규정은 따로 없는 상태다. 국회법 25조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할 뿐, 명확한 복장 규정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복'이 따로 있냐"며 "미친 XX들 개XX을 떠네"라며 류 의원의 복장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4일 본회의에서 퇴장하는 류 의원 / 연합뉴스

류 의원의 파격적인 복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7월 2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류 의원은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왔다. 6월에는 반바지를 입고 국회에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두 복장 모두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짧은 원피스'만 논란이 된 상황을 두고 여성혐오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류 의원의 복장에 성희롱 적인 비난들이 일자 여성계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 의원은 1992년생으로 만 27세다. 대한민국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

사실상 국회 입성이 확정되어 있는 정의당 비례 1번을 받았던 류 의원은 당선 전 ‘대리 게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은 2014년경 류 의원이 남자친구 강 모 씨에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계정을 맡겨 등급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대리 게임은 게임계에서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된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 게임이 아예 불법이다.

당시 후보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류 의원은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사퇴는 하지 않았다. 결국 총선 이후 류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국회 입성 이후 류 의원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추모 문제로 다시 주목 받기도 했다.

류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A 씨의 2차 가해를 방지하겠다며 빈소 방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조문에 참석했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됐었다.

류 의원은 "내가 박 시장을 모욕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으로서 박원순 시장을 존경했다"고 밝히는 한편 "그분과 함께했던 많은 분의 애도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나의 말들 때문에 다른 쪽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류 의원은 박 시장을 고소한 A 씨에 대한 2차 가해가 "고소인을 죽이는 살인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원순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승소를 이끈 변호인"이라며 "이러한 2차 가해는 고인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SNS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일 “어제 우리당 류호정 의원이 고된 하루를 보냈다”며 “갑자기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심 대표는 류 의원에게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 여성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이라며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라고 했다. 류 의원이 자신의 직장인 국회에 출근하면서 자연스러운 복장을 입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 자격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고압적으로 소리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모습이 되고, 원피스를 입은게 문제시되는 작금의 현실이 유감"이라며 "지금은 2020년임을 말씀드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류 의원은 복장 논란에 대해 "국회의 권위가 영원히 양복으로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관행이나 TPO(시간·장소·상황)가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국회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 복장을 강조하는 관행을 국회 내에서도 바꾸자는 얘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복장이 아니더라도 50대 중년 남성으로 가득찬 국회가 과연 시민들을 대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저의 원피스로 인해 공론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한,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 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류 의원에 따르면 해당 복장을 착용하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3일 열렸던 청년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청년다방' 포럼에서 입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해당 옷을 입고 본회의에 참석하기로 청년들과 약속했다는 게 류 의원 설명이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 의원의 복장 논란에 대해 "국회의 과도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깨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류호정 의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점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녀가 입은 옷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국회는 다른 목소리, 다른 모습, 다른 생각들이 허용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연구단체 '2040 청년다방'은 지난 3일 창립행사를 가졌다. 저는 정의당 류호정 의원님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일 인사말과 그전 행사 준비 중에 가벼운 이벤트로 '오늘 복장으로 내일 본회의에 참석하기'를 준비했다"라며 "그날 류호정 의원은 원피스를 입었고, 저는 청바지를 입었다. 결론적으로 저만 약속을 못 지킨 꼴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17년 전 유시민 전 의원님의 국회 등원 장면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소위 '빽바지' 사건"이라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같은 논란이 일어나고 그때보다 더 과격한 공격에 생각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또 유 의원은 "'2040 청년다방'의 '2040'엔 20년 후인 2040년까지 내다보고 청년과 함께 방법을 찾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라며 "지금 논란을 보자니, 2040년에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될지도 모르겠단 합리적 우려가 된다. '20년 전엔 원피스 사건이 있었어'라고. 아, 쉰내 나"라고 덧붙였다.
 

사진 = YTN 캡쳐

류 의원의 복장 논란과 함께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과거 국회 복장이 다시금 주목 받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국회 백바지'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한 유 이사장은 국회에 정장이 아닌 흰색에 가까운 바지와 회색 티, 검은 자켓, 노 타이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사회를 보던 박관용 국회의장도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국회의원의 옷차림으로는 힘든 모습에 의석 곳곳에서는 ‘국회 모독’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여야 다수의 의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면서 의원선서가 다음날로 연기되기도 했다. 결국 유 이사장은 정장을 차려입고 다음날에 선서를 진행해야 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일하는 곳에서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시네요. 섭섭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 캡쳐

이후 세월이 흘러 2019년 4월 27일 방송된 ‘대화의 희열2’에 출연한 유 이사장은 당시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도대체 왜 그랬냐는 질문에 유 이사장은 “제가 약간 삐딱하다. 짙은 색 정장으로 거의 다 남자들인 국회에 넥타이 매고 다니면서 하는 짓들은 엉망이고. 그래서 캐주얼 정장을 입지 뭐. 백화점 갈 때는 캐주얼 정장을 생각했다. 마네킹에 세트가 걸려 있었다. 신발도 샀다. 26만 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국회의장실 가서 인사하는데 의장님이 별 말 안 하셨다. 2시간 후 본회의에서 카메라 후레시가 터져서 앞이 안 보이더라. 탁구 치러 왔냐고 하고, 어디 입장도 안 시켜준다며 몇 십 명이 퇴장했다. 내일 본회의 있으니까 다시 하자고, 가라고 했다. 표결도 하고 다 했다. 선서만 못했다. 다음 날 다시 넥타이 매고 가서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당시 복장을) 괜히 입었다. 다른 걸로 해도 되는데”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 캡쳐

원피스 논란이 계속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류 의원의 원피스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도 했다.

류 의원의 원피스는 쥬시쥬디 제품으로 8만원에서 최대 12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쥬시쥬디는 캐주얼 업체 더베이직하우스가 2014년 선보인 브랜드다.

이러한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자 해당 제품들이 품절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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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류호정 원피스 논란부터 유시민 '백바지'까지... 심상정 "원피스 입고 싶어지는 아침" 유정주 "원피스 논란 쉰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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