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학교야 카페야’... 복합커뮤니티 ‘문화 창고’서 감성 UP

[금강일보 이석호 기자] ◆ 근대 역사문화재, 혁신 공간으로 재탄생

“일부러 찾아가는 인기 많은 카페보다 더 예뻐요”, “트인 천장에 어울리는 빈티지한 벽과 조명 덕분에 정말 레트로 감성이 충만해요.” 홍성여자고등학교에 새롭게 조성된 창고형 카페를 찾은 학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기서 동창회 일일 카페를 열면 좋겠네요” “학교 공간이라기보다는 예쁜 카페 같아요.” 학교를 방문한 동창회장을 비롯한 동창회원들도 학교공간혁신사업을 통해 탄생한 복합커뮤니티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홍성여고는 지난해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해 근대 역사 문화재로 남아있는 옛 홍성고등학교 역사관을 학생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했다. 1943년 건립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학교 강당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근대 역사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동안 홍성고등학교 역사관으로 쓰였으나 홍성여고가 이전하면서 충청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협동조합 매점과 학생 휴게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홍성여고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사용자(학생)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혁신적인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2차에 걸친 학생 참여 디자인 수업을 가졌다. 1차 디자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평면도를 보고 공간을 인식한 뒤 도출한 아이디어들을 공간 도면에 직접 그려 넣었다. 학생들은 영화감상공간, 휴게공간, 놀이공간, 냠냠공간(매점), 회의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요구했다. 2차 디자인 수업에서는 색채 이해 활동을 한 뒤 대상 공간 색채 디자인을 직접 실시해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 이미지를 설정했다. 학생들의 디자인 기획안들은 그대로 설계에 반영됐다.

 

◆ 레트로 감성 살린 빈티지카페 탄생

복합문화공간은 근대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현대식의 안락한 내부로 꾸며졌다. 천장의 서까래가 들어 있는 옛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벽도 고치거나 오래된 흔적들을 고스란히 남기는 등 레트로한 감성을 살리면서 문화재를 보존하도록 했다. 벽을 보호하기 위해 안쪽에 유리 보호벽을 둘러친 뒤 원목 가구를 배치하고 작은 감성 전구 조명들을 설치해 멋진 빈티지 카페를 탄생시켰다.

카페는 커뮤니티 공간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오픈형 공간으로, 공간 구획 요소를 오브제로 가구디자인을 기획해 홍성여고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천장 높이가 다르게 제작된 책장 모양의 오브제 안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학생들이 편안하게 친구들과 모여앉아 함께 먹고 얘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에 두께와 모양이 다른 탁자를 이어 붙여 제작한 테이블은 학생들이 따로 또 같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테이블은 학생들이 모여 앉아 소그룹으로 토의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전체 협의로 이끌 수 있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할 수도 있다. 공간 전체에 설치된 서라운드 방송시설, 테이블 앞에 설치된 대형 화이트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는 영화제, UCC 감상제, 내가 유튜버 대회, 북 콘서트,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향유 공간으로 활용된다. 둘레의 유리벽과 빈 공간은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갤러리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학생회, 교직원, 협동조합 이사회, 학부모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회의가 열릴 수 있는 회의실 및 세미나 공간도 마련했다. 세미나실에도 빔 프로젝터와 화이트스크린을 설치해 활용성을 높였고 한쪽 벽은 폴딩 도어를 가설해 공간 활용의 유연성을 부여했다.

 

◆ 학교협동조합 설립 매점 운영

카페 입구에는 학생이 직접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고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 매점이 자리 잡고 있다. 홍성여고는 당초 학교협동조합 매점을 설치할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공간혁신을 추진했다. 학교협동조합 매점에서는 탄산이나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건강 먹거리와 간단한 생필품, 필기류 등을 이윤추구에 목적이 없는 최소 가격으로 제공한다. 학생들은 매점에서 구입한 먹거리들을 카페의 다양한 공간에서 즐기면서 친구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매점 위층은 신발을 벗고 편안히 쉴 수 있는 복층 휴식공간으로 꾸며졌다. 빈백 소파에 편안히 앉아 책도 읽고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출범했다. 2018년 5월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대표가 모여 학교협동조합 설립 협의회를 가진 것이 시작이다. 이후 2년 동안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대상으로 6차례의 학교협동조합 이해교육과 사회 경제 교육을 실시해 교육공동체의 이해를 높이고 뜻을 모았다. 3차례 우수 운영 학교를 방문해 설립과정과 운영에 관한 자료도 수집했다. 2019년 3월 매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사회 경제 활동에 참여할 학생 창업동아리 ‘스타틴업’을 1·2학년 학생 18명으로 구성하면서 학생 중심 학교협동조합 출범에 박차를 가했다. 학부모와 동문, 교직원, 학생이 함께 모여 정관을 작성하고 이사회를 구성해 2019년 11월 14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는 교육경제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학교협동조합은 2020년 6월 8일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았다. 현재 의사록 공증과 등기 과정을 거쳐 사업자 등록을 받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사업자와 법인 등록을 받아 공식적으로 매점이 운영되면 학생들 자신이 맛있고 영양가 있는 간식이 가득한 매점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홍성여고 카페는 그야말로 문화 공장(Culture Factory)이다. 카페를 찾은 학생들은 직접 운영하는 매점에서 산 간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며,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는 등 문화생활을 누린다. 더욱이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실시되면 이동 수업 사이에서 휴식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상용 교장은 “홍성여고 카페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 더불어 함께 사는 경제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는 공간,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며 학생·동문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 공간, 친구들과 재잘재잘 웃음과 고민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 고교학점제와 공동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복합커뮤니티 공간”이라며 “학생들의 감성을 높이는 행복공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