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감소
”주식·부동산으로 몰리는 듯“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경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요구불예금에 묶여있던 자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주택대출 수요가 옮겨온 것과 함께 주식 투자, 생계용 자금 마련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23조 3725억 원으로 전달 534조 1766억 원보다 10조 8041억 원(2.02%)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 5월 전달보다 17조 원 증가하며 500조 원을 돌파했고 6월에는 23조 원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여신팀 은행원 성 모(35·대전 중구) 씨는 ”6월까지 요구불예금에 대한 고객 수요가 몰렸었다. 정기 예·적금이 만료된 주거래 고객들 중에서도 요구불예금으로 갈아탄 분들이 많았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금 등을 묶어두고 변화무쌍한 투자처 상황을 지켜보며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동안 시장 불확실성이 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요구불예금에 몰려드는 형국이었지만 지난달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요구불예금은 자유입출식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말한다. 짧게는 6개월, 1년 등 일정 기간 돈을 묶어두는 저축성예금 보다 이자가 낮다. 이런 특성을 가진 요구불예금에 수요가 몰렸던 데에는 언제든지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대기성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졌고 최근 연속된 기준금리 인하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증가 정책으로 시중 통화량이 팽창하면서 현금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었는데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현금을 보유하기 보다는 서둘러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면서 요구블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다.

대전 서구 한 시중은행 여신팀장은 ”저금리로 인해 예·적금 상품들에 목돈을 묶어두는 데 메리트가 떨어졌고 대신 자금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한 투자처가 생기면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 돈을 맡겨두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요구불예금을 깨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개인정보기 때문에 굳이 물어보지는 않지만 요즘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위한 개인신용대출이 뜨거운 걸 보면 돈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는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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