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상장폐지 여부 결정 못해... 횡령·배임 혐의는?

신라젠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두고 긴 회를 했음에도 상장폐지 여뷰를 결정하지 못해 다음 기업심사위원회까지 미정 상태로 남게 됐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7시10분까지 5시간 이상 신라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상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기심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추후 예상 가능한 결론은 △상장적격성 인정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중 하나다. 기심위가 신라젠의 상장적격성을 인정할 경우 다음 날부터 곧바로 거래가 재개된다. 개선기간을 부여할 경우 최장 12개월 후 다시 심의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악의 경우에도 신라젠이 곧바로 상장폐지 되는 일은 없다. 기심위가 상장폐지 결정을 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다시 심의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회사가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6월 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렸다.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이사 등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문 전 대표 등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이 신라젠의 상장 전인 2014~2015년 자기자본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교부받은 뒤 1년 후 이를 행사해 지분을 늘렸다고 의심했고, 해당 사유로 상장폐지 심사대에 올랐다.

이밖에 검찰은 항암 치료제인 ‘펙사벡’의 임상 실험 중단 직전 신라젠 임원 등이 이를 사전에 알고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긴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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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신라젠의 거래재개를 승인해달라"며 "개선기간을 부여한다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형사고소 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소액주주들은 "신라젠 거래정지의 사유는 코스닥 시장 상장 전에 일어난 전 경영진의 혐의"라면서 "거래소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해석으로 인한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는 피해가 확정되고 특정된 투자자 보호를 외면하고 미래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권매매를 정지했다"며 "17만명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구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신라젠의 재무구조 개선과 계속성을 위해 '회사 살리기 200억원 투자액 모금운동'을 지난 3일부터 시작해 현재 9억원을 약속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재개가 안된다면 청와대 집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신라젠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한 보수 유튜버도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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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설계하고 자문한 DB금융투자(전 동부증권)의 임원이 "BW발행 구조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합의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지난 4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은상·이용한 전 대표와 곽병학 전 감사 등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에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 DB금융투자 IB사업부 재무자문서비스(FAS) 본부장(상무보)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본부장은 2014년 3월 문 대표 등이 자기자본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BW를 인수해 회사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문 대표 등이 회사 상장 후 BW 인수를 통해 얻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350억원 상당의 BW를 발행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 본부장은 "당시 신라젠이 살아남기 위해선 제네릭스를 인수해야만 했는데 반드시 펀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펀딩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상장밖에 없었고 상장을 위해 BW를 발행했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은 제네릭스를 인수한 뒤 2016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BW 발행은 단순히 자금조달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대주주 지분을 방어하기 위해 쓰이기도 하며 결국 BW 발행으로 회사가 상장돼 경영진과 주주 모두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이 본부장이 BW 발행 구조를 짤 당시 신라젠 경영진에게 발생할 배임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사실상 가장납입 형태의 BW 발행에 대한 법적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본부장은 "법적 문제를 인식했으면 법률자문을 의뢰하지도 않고 일을 진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법률자문사가 상법상 가장납입이 아니라는 의견서를 줬고 이를 믿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률자문사가 '구조 자체가 법률적으로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배임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해 이를 신라젠 경영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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