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못한다고 속상해하지 말아요.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걸 더 잘하면 됩니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아이들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열광케 하는 펭수의 ‘어록’이다. 사람들은 왜 펭수에 열광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전하는 담담한 위로와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힘들 때 내 등을 토닥이는 따뜻함. 나의 속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펭수의 위로가 더 크게 와 닿는 요즘이다.

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진정한 소통과 교감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메시지를 던진다. 레이첼 스티븐스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다.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교 연극대회에 참가하는 학생 세 명을 인솔하게 된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소녀 마고와 까칠해 보이는 빌리, 귀엽고 다정한 소년 샘과 함께 인솔 교사인 스티븐스의 2박 3일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학생들에게 이번 연극 대회는 매우 중요하다. 학교로부터 지원이 끊겨 연극반 존속을 위해 자비를 들여 참가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인솔교사 역할을 스티븐스 선생님이 맡게 되고 그렇게 네 사람은 연극대회 참가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3일의 여정을 함께한다.

금요일 수업을 마친 스티븐스는 제자들을?자기 차에 태워 대회가 열리는 타 지역으로 떠난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 스티븐스의 차 안에서 빌리는 경고등을 발견한다. 이를 알리지만, 그녀는 경고등을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타이어가 터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스티븐스는 잠시 당황하지만 긴급 서비스를 부르고 우여곡절 끝에 대회가 열리는 호텔에 무사히 도착한다.

다음 날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정비소에 가려는 스티븐스를 빌리가 동행하게 되고 차가 수리되는 시간 동안 둘은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한다. 그녀의 꺼내 놓기 힘든 마음속 얘기를 풀어 놓게 돕고 공감 어린 눈빛으로 가만히 들어준다. 선생님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 일을 애써 해냈던 스티븐스도 이를 통해 가슴속 상처와 마주하게 되고 상처를 극복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된다.

빌리는 천부적인 연기 재능을 갖고 있지만 “약물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를 보이는 요주의 인물이라고 교장 선생님은 귀띔했었다. 스티븐스는 빌리를 따로 불러 “같이 얘기 나누는 사람은 있니?”라고 물었고 빌리는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다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었다. 빌리는 또래의 친구들과는 깊은 교감을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와 신분이 다른 스티븐스와 진정한 소통과 정서적 교감이 가능했던 것은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어른과 아이의 프레임을 허물고 마음 대 마음이 연결된 진정한 소통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위로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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