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하는 통계상 의료진 부족 인정하나
수 늘린다고 지역불균형, 기피과 발생 해결 안 돼
지방 의료 인프라부터 구축하는 게 급선무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전면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반대 명분에 이목이 쏠린다. 의협 등 의사단체가 입장을 밝힐 때마다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일방통행 통보만을 강조하는 탓에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의 눈초리를 받고 있지만 지역 의료계 종사자들은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이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양산한다고 항변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7일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공공의대 설립 반대 궐기대회에선 충남대병원 200여 명 중 180명, 대전을지대병원 100여명 중 86명, 대전성모병원 73명 중 71명, 건양대병원 111명 등 총 500여명이 참여했다. 예고된 파업이라 각 병원에 소속된 전문의들의 비상근무로 대체돼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의료공백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역 의료계 종사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역설한다. 의사 증원 자체가 현재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정상화 시킬 수 없는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전 내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입장을 표명할 때 OECD 통계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분명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역불균형이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그 인력들을 지역의사제에 따라 지방에 10년을 강제로 근무시킨다고 치자. 지방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정도가 아닌 이상 수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가 희박하다. 결국 서울·수도권 병원으로 이직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균형을 탓하며 의사 수를 늘리기 이전에 각 지방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방에 의사들을 붙잡아 둔다고 해서 환자들이 지역 병원에만 가지는 않는다. 수도권과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기피과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대전 내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기피과는 의사들의 수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피과가 생기는 이유는 직무 특성상 매우 고됨에도 불구하고 보상이 매우 적으며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 해서다. 지방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며 “예를 들어 외과의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수술부터 큰 수술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환경이 안 되니까 배운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투입돼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정책에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빠져있다"며 "정부는 쉬운 길을 택했고 10∼20년 뒤 이 실패한 정책의 영향을 고스란히 몸으로 감당하게 되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들"이라고 비판하며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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