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용담댐이 지난 8일 새벽부터 수문을 열고 방류량을 늘리면서 충남 금산군을 비롯,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등 하류지역이 물난리를 겪었다. 용담댐 방류로 이들 지역 피해는 막심하다. 많은 농가가 침수돼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고 농경지가 물에 잠겨 그동안 땀을 흘려 가꾼 농작물들이 못쓰게 됐다.

피해 주민들은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다. 금강일보 취재기자가 찾은 충남 금산 제원면의 한 마을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오는 가을이면 수확이 기대됐던 드넓은 인삼밭은 아직도 흙탕물로 뒤범벅이 돼 있었고 임시대피소를 피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가재도구 등을 챙기고 있지만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갑작스럽게 물이 차 오른 것은 용담댐이 예상보다 많은 물을 방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용담댐 수위와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용담지사의 대처를 시간대별로 보면 상당부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용담댐의 저수량이 90.1%에 달한 것은 지난 7일 오후 1시다. 댐 수위는 262.67m까지 올라 홍수조절을 위해 가장 많은 물을 가둘 수 있는 계획 홍수위(265.5m)에 근접했다. 그런데도 수공 측은 이전과 다름없이 초당 291.63t의 물만을 흘려보냈다.

이날 밤부터 댐 유역에 4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위는 급상승했다. 용담지사는 8일 오전 4시 저수량이 97.5%로 치솟자 방류량을 초당 1000t으로 늘렸고 낮 1시에는 102%에 달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부랴부랴 수문을 모두 열어 초당 3000t 안팎의 물을 쏟아냈다.

이같이 갑작스럽게 댐 방류를 늘리면서 하류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용담지사 측은 댐 유역에 너무 많은 비가 내렸고 기상청의 오보 역시 혼란을 부추겼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낮아 보인다.

용담댐 같은 다목적 댐은 안정적인 용수공급과 발전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건설됐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홍수 방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홍수에 의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물을 적절하게 가두고 방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용담댐의 이번 방류는 다목적 댐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수공 측이 가뭄을 너무 의식해 저수율을 높여왔고 이번에도 저수에 대한 욕심이 부른 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산군 등 피해지역 자치단체들이 수공 측에 손해보상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책임소재가 나올 것이다. 물론 책임소재를 가리고 손해를 보상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런 수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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