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 11번째 시집 ‘좋으니까 그런다’ 출간

 

삶을 맛있게 먹고 싶다
한 입 움먹 베어 물면
단물 줄줄 흐르는 복숭아처럼

삶을 진하게 마시고 싶다
혀끝에 닿은 맛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지는
에스프레스 커피처럼

죽을 때까지가 아닌
살 때까지 살다 죽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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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시인

‘조재도의 삶과 詩’ 코너를 통해 금강일보 독자들에게 깊은 시적 감성을 전하는 조재도 시인. 그가 코로나19와 장마, 불통과 분열, 대립으로 어수선한 2020년 여름, 자신의 11번째 시집 ‘좋으니까 그런다’(도서출판 천년의시작)를 상재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건강한 삶을 위한 윤리를 역설하는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한 시적 사유를 개진해 나간다. 또한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시의 원천으로 삼으며, 선의에 입각한 시 쓰기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환하게 비춘다. 이는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발원(發源)하며,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시인이 노래하는 희망이 비단 삶의 기쁨이나 삶에 대한 긍정에 한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오해다. 시인은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등 익히 우리가 대립항(對立項)으로 여기는 것들의 경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허물어뜨리며, 보다 근원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담담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111편의 시를 담은 11번째 시집에서 드러내고자 한 주제는 ‘선의(善意)’입니다. 크고 작은 사물은 물론 인간의 생명, 사회, 지구, 우주라는 광대한 공간마저 선의라는 궁극의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 힘의 영향력으로 모든 사물이 제자리에 존재해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시를 쓰면서 줄곧 해왔습니다.”

시인은 관계에 대한 문제에 천착(穿鑿)해 삶의 모순과 진실을 들여다봄으로써 보다 나은 세상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소외보다는 화합과 연대를, 억압보다는 자유와 공존, 상생을 도모하는 그의 시 쓰기는 우리 시대의 얼룩진 자화상을 바로 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문학적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란 조재도 시인은 1985년 ‘민중교육’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소금 울음’, 시선집 ‘아름다운 사람’, 고비사막 여행시화집 ‘당신 가슴에 바람이 분다’, 청소년 소설 ‘이빨 자국’, ‘불량 아이들’, 우화동화 ‘그런 날은 혼자였다’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충남의 여러 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가 두 번 해직을 당했던 그는 2012년 퇴임 후에는 천안에서 ‘청소년평화모임’을 이끌며 평화의 그물망을 펼치는 일을 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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