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를 고려한 성평등 교육
‘어린이 나다움’ 성장지원
젠더공감 2030 청년활동가 양성
청소년 성평등 동아리 지원
성평등 보이스단(오팔세대 홀로서기) 운영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생애주기에 따른 성평등 교육은 양성평등 정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출발점이다. 한 가족으로 사는 여성과 남성은 생애주기에 따라 딸과 아들, 아내와 남편, 때로는 어머니와 아버지로 살아가면서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 성 역할의 차이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에 어린시절 사고의 많은 부분을 형성하는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나답게’를 배우고 궁극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전시의 궁극적 목표다.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 포함된 가운데 시의 양성평등 추진방향과 성과에 대해 살펴봤다.

 

김경희 성인지정책담당관이 ‘젠더공감2030’ 청년활동가 양성 교육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양성평등, 유아교육부터 시작해야한다. 책으로 여는 평등문화 ‘어린이 나다움’ 성장지원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이 실수로 무의식 속에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양성평등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된다. 전문가들은 성(性) 역할 고정관념이 영유아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유아기는 인간발달의 전 영역에서 일생 동안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때로 이 시기에 이뤄지는 성 정체성·성 역할 등의 발달은 평생 지속적으로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교적인 문화와 관습에 의한 사회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성평등 고정관념이 심어진 채 성장하게 된다면 성인이 된 이후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 하고 교육 받기를 꺼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시는 유아기 양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재 교육과정 속에서 해당 교육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돼 진행될 수 있도록 어린이 ‘나다움’ 성장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다움’ 성장지원 사업은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자다움 남자다움이 아닌 나다움을 배우고 찾아가도록 하는 사업이다. 시는 해당 사업 시행을 위해 무엇보다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도서 선정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리는 장면을 담은 어린이용 만화책이 물의를 일으키는 등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줄 교육을 위한 도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용 도서의 창작자와 편집자들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는 지적된 문제다.

이에 시는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도서 134권을 활용할 방침이다. ‘나다움 어린이책’은 롯데, 여성가족부, 초록우산어린이 재단 등의 아동도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연구를 통해 3가지 핵심가치와 10개의 세부 기준을 세워 ‘나다움’ 개념을 정립했다. 지난해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책 가운데 이 기준에 부합하는 책이 134권이다.

시는 ‘나다움 어린이책’을 통해 지역 아동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자기긍정(주체성, 몸의 이해, 일의 세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서 벗어나 다름을 존중하는 다양성(가족, 사회적 약자, 표현, 혐오), 서로 배려하고 평등하게 연대하는 공존(사회적 인정, 안전, 연대) 등의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심어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독서문화 확산에 평등문화를 접목한 독서지도를 위해 성평등 의식변화에 관심있고 교육과 강사뱅크 활동이 가능한 독서지도사 자격증 소지자, 마을 작은도서관 활동가 등을 모집, 여성가족원과 함께 내달까지 양성평등 큐레이터 강사 20여 명을 양성하고 유치원, 초등학교 대상 순회 교육에 나선다.

시는 유아·초등학생 대상 생애주기를 고려해 젠더 감수성과 공감력을 높이기 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교육대상에 적합한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구성해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실천하는 일상의 변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도서관, 여민회와 함께 강사뱅크를 활용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양성평등교재 연구모임을 매달 2회씩 여는 한편 이후 사업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향후 사업 운영방안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김경희 성인지정책담당관은 “어린 시절부터 일상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깨우칠 수 있는 좋은 책을 곁에 두고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시는 어린이들에게 나다움 책자를 통한 이야기, 그림으로 평등문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나다움 어린이책 여권. 여성가족부 제공
나다움 어린이책 열차노선도. 여성가족부 제공

◆ 유아기부터 중장년까지 생애주기를 고려한 성평등 교육

시는 사회적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무엇을 다뤄야 할 것인가를 심도 깊게 고민해왔다. 무엇보다 성평등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일상 속에서 양성평등 의식 교육을 확산하기 위한 시의 전략은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일관되게 찾아가는 양성평등교육 사업에 의존해왔다면 이제는 세대별로 맞춤형 인식 개선을 통해 양성평등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연령별, 계층별 성평등 인식개선 수요를 반영해 유아기뿐만 아니라 청소년, 청년에서 나아가 중장년까지 시의 전략은 폭넓게 구성됐다.

시는 양성평등 교육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여성가족원, 한밭도서관, 대전여민회, 마을작은도서관협의회와 함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유아·초등학생 대상 생애주기를 고려해 젠더 감수성과 공감력을 높이기 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교육대상에 적합한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구성,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실천하는 일상의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예전에는 방학기간 동안 지역아동센터를 순회하며 교육을 실시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보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11월까지 초등학교 1곳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식개선 관련 교육을 진행하며 이후 학교와 학생 인식개선 결과를 분석 후 지속·확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청년층의 젠더갈등 해소 및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젠더 관점을 기반으로 정책역량을 갖춘 ‘젠더공감2030’ 청년활동가를 양성하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 교육과 현장경험을 통해 지역 내 성평등 활동가로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청년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참여 대상은 만39세 이하 미취업 청년 20명(시민사회단체 및 공익단체 20명)으로 공모를 통한 청년과 비영리단체 등 사업장을 선발해 일대일 매칭으로 연말까지 진행한다. 이들은 젠더감수성 강화를 위해 사전교육으로 성인지 교육을 받았고 각 사업장에 배치돼 일하고 있다.

비단 청소년뿐만 아닌 돌봄을 자신의 문제로 자각하지 못 하는 중장년 남성들의 인식전환과 생존을 위한 기본역량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시는 여성가족원,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해 ‘오팔세대 홀로서기’ 등의 맞춤 강좌를 개설해 가족애를 확인하고 돌봄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팔세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위해 젊고 활기찬 삶을 추구하는 5060세대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사회 각 분야 남성으로 구성된 성평등 정책 참여단인 ‘성평등 보이스단’ 활동과 연계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김경희 성인지정책담당관은 “시는 올해부터 생애주기를 고려한 양성평등 교육으로 유아·초등학생부터 청년, 중장년까지 양성평등 인식을 개선?확대해 갈 계획”이라며 “양성평등 문화가 일상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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