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때, 우리 반 남자아이들의 첫사랑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하얀 얼굴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찰랑찰랑한 까만 생머리. 여기까진 흔한 첫사랑 매뉴얼 그대로인데, 내 생각엔 무엇보다 그 친구를 빛나게 한 건 그 아이가 하는 말에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 진학, 결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지고 연락이 끊기게 된 후에도 난 가끔 그 친구랑 나누던 책 이야기나 편지, 쪽지 등을 추억하곤 했으니까!

어떤 사람을 표현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다. 외모, 집안, 학벌, 직업 등등. 하지만 뭐든 함께 하고 싶은 혹은 오래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의 매력은 역시 그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습관이 아닌가 싶다. 늘 말을 예쁘게 하던 그 친구는 인생도 예쁘게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늘 내 맘속에 있었다. 직장 관계로 타지로 떠돌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살게 되면서 다시 만난 그 친구는 여전히 똑같은 말투를 갖고 있고 여전히 매력있다.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체하거나 자극적인 유행어로 눈길을 끌려고 하거나 잠시 관심을 얻으려고 어쭙잖은 농담을 즐기는 사람은 사절이다. 그런 이유로 김이나의 책 ‘보통의 언어’는 나를 사로잡았다. 김이나는 아이유의 ‘좋은 날’을 비롯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조용필의 ‘걷고 싶다’,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박효신의 ‘숨’ 등 다양한 장르의 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450여 곡의 저작권을 가진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사가로 이 책은 작사가의 언어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Prologue. 당신만의 언어를, 당신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일, Part 01. 관계의 언어 “주파수가 맞으려면 박자를 맞춰가야 해”, Part 02. 감정의 언어 “감정, 누르지 않고 자연스레 곁에 두기”, Part 03. 자존감의 언어 “약해졌을 때는 잠깐 쉬었다 갈 것”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글들 중 특히 밑줄 긋게 되는 문장은 ‘미움받다-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을 것, 한계에 부딪히다-또 다른 가능성과 마주하는 순간, 겁이 많다?결과적으로 늘 강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언어표현을 자신이 느낀 경험을 토대로 정의한다. 언어학적 정의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치로 말하고 있다.

작사가인 저자는 “가사에 잘 선택하지 않는 건 유통기한이 짧은 유행어”라는 나름 언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다. 표현에 표현을 거듭하다 보면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간결함을 강조한다. “우리 서로 알아볼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거 내 이야기인가?” 싶은 분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19 상황과 장마와 홍수로 가족, 지인들과도 모임, 여행보다는 sns나 폰으로 대화하고 지내는 게 요즘 일상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 생각을 잘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시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박찬희(충청남도금산교육지원청금산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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