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왜 그때 그것을 알지 못 했을까. 금강은 함께 건너야 넘어설 수 있는 거리라는 사실을. 강을 사이에 두고 너와 내가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을 때. 강은 먼저 마음속으로 스미오 오는 물길. 그제야 강은 금강으로 다가와 열린다고. 그리고 강은 우리가 한 방향에서 건너기 전에 그것은 금강은 아니라고. 그러니 나는 나대로 또 너는 너 대로 수천 개의 강을 건너온 세월이었어도. 서로 강 위의 물길이 엇갈려. 우리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기만 해야 했을 뿐.

물속으로 잔잔히 밀리던 잔뿌리 세워 일어서던 갈대의 세월을. 그 그림자에 기대어 우리는 알게 되었던 것이니. 우리 혼자서는 절대 생의 강을 건널 수 없다는 것. 그렇게 우리는 다시 서로 멀어져 강으로 깊어져 가며. 그 사이 서로의 눈빛 멀어져가는 것이었으니. 강, 하고 외치면 천둥소리로 다가와 울리는 금강의 심장. 강, 하고 다시 소리치면 내 안에서 깊게 일어서는 금강의 붉은 심장. 그렇게 우리는 하루 하루 강을 건너는 것. 강을 건너가고 다시 건너오는 것.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