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금강일보] 정책이란 ‘정부나 정치단체, 개인 등이 정치적인 목적을 실현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하는 방침이나 수단’이다.

좋은 정책이라면 여기에 하나가 더해져야 한다. 구성원의 동의, 즉 수용성이다. 정부나 지방정부의 경우 목적에 대한 동의는 큰 무리가 없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합의가 헌법 가치다. 목적에 동의했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무엇을 문제로 판단할지는 다양한 이견이 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이다.

여기에 더해 방침이나 수단 결정에는 더 많은 이견이 있다. 이런 이견을 좁히는 방법은 정책 수립 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역량만으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지금 시기, 더 많은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 민관협치가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단순히 시민사회의 요구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 역시 행정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 대전시는 과연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치며 정책을 만들고 있을까. 대전시의 최근 화두는 코로나 이후의 변화 대응과 이를 위한 대전형 뉴딜 정책이다. 대전시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변화 대응을 위해 ‘누구나 정상회담’, ‘대전세종연구원’,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이후 단계는 많은 의견 중 효과적인 것을 선택하고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도 당연히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 '시민 참여'가 생략됐다. 지난 7월 중순 대전시는 대전형 뉴딜을 발표했다. 100개 과제에 13조 원 투입이라는 초대형 정책이다. 하지만 이 과제와 예산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는지는 시민 누구도 모른다. 시민의 동의는 본인이 원하는 것이 선택됐을 때만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토론과 타협 속에 간격을 좁혀갈 때 수용성은 높아진다.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민참여 없이 나온 정책이 시민 동의를 얻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대표적인 예가 ‘민간공원특례사업’, ‘LNG발전소 건설’이다. 코로나 이후 변화 대응과 대전형 뉴딜은 대전시 공무원과 세금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허태정 시장 역시 민관협치와 관행 탈피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수립과정에서 민관협치는 사라지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행정의 관행은 그대로였다. 민관협치는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하면 된다고 강변할 수도 있지만, 시민은 대전시가 설정한 목표를 그대로 실행하는 도구가 아니다. 함께 목표를 정하고, 과정을 설계하며, 실행에 함께하는 주체다. 대전시는 “큰 틀에서 방향성만 설정한 밑그림에 불과하며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각 분야에 세부사업을 수립·수정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지방정부와는 다르게 ‘시민이 함께 만든 대전형 뉴딜’이라는 성과를 놓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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