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택배업계가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운영한다. 택배 없는 날은 대한통운과 한진, 롯데, 로젠 등 국내 주요 4개 택배업계가 참여하기로 했으며 우정사업본부도 동참하면서 이들 업계 택배사의 택배 화물 집하 및 배송이 일제히 중단된다.

택배 없는 날은 민간 택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하루 쉴 수 있도록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합의해 정한 날이다. 다음 날인 15일은 국가공휴일인 광복절이며, 일요일인 16일까지 사실상 3일간의 휴식이 택배 기사들에게 제공된다.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을 맞는 택배 기사들의 반응은 일단 28년 만의 정식 휴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택배 배송 물량이 늘어나 제대로 된 휴가를 갖지 못했던 이들에게 3일간의 휴가는 천금과도 같다는 반응이다.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가족과의 여행 계획에 들뜬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하지만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택배 없는 날 이후 물량 대란이 닥쳐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택배 물량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휴무기간 동안 택배 주문 안하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꼭 배송이 필요한 택배가 적지 않아 접수량이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택배 기사들은 휴일 쉬는 것은 좋지만 끝난 뒤 택배 물량이 쌓여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정해진 구역에 따라 배송 업무를 하는데 물량 조절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택배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한통운과 롯데 택배 등 주요 택배업체들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전례 없는 노동 강도를 겪고 있는 택배 기사들이 있다. 전체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사별로 택배 물량 또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7명에 달한다. 그만큼 택배 기사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택배 기사들은 대부분 ‘특수 고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근로자처럼 일하면서 계약 형식은 사업주와 개인 간의 도급계약으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노동시간, 휴가도 없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택배 없는 날까지 지정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배려해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벤트 성으로 그치지 말고 택배 기사들의 과로를 막고 최소한의 휴식과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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