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만일 댐이 붕괴한다면?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장마, 일반적으로 장마는 7월 중순 이전에 끝나는데, 올해는 유독 8월이 왔는데도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다. 이웃나라인 중국도 두 달 가까이 넘게 폭우가 내리면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만리장성 이후 최대의 토목공사라고 불리고 있는 ‘샨샤댐’이 폭우로 인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비는 필요한 법이다. 만에 하나, 샨샤댐을 비롯한 대형 댐이 무너지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목적 댐

 

댐은 인류가 개발한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다. 댐의 일차적인 목적은 용수공급이라 할 수 있는데, 댐 건설을 통해 모아 놓은 풍부한 물을 가뭄이 들었을 때 주변에 있는 논이나 마을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댐의 용수공급 효과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1978년과 1981년, 그리고 1992년 및 1994년에 발생한 전국적인 가뭄에서도 급수혜택을 받은 지역은 전혀 가뭄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도 충분히 입증됐다.

 

홍수조절도 용수공급만큼이나 중요한 댐의 역할이다. 폭우가 내리게 되면 배수시설이 빈약한 지역은 홍수를 입기 마련이지만, 댐이 내리는 비의 일부를 가둔 채 서서히 방류하면 배수시설이 취약한 지역이라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홍수조절용량을 적절히 활용하여 유입되는 홍수량의 일부를 저류함과 동시에 하류에서의 홍수피해를 최소화되도록 서서히 방류하는 것이다. 특히 다목적댐은 하천유량을 고도로 조절함으로써 하류의 홍수피해를 경감시킬뿐만 아니라 홍수의 자원화를 기하여 필요한 생활용수등의 수자원을 확보한다.

 

전력생산 역시 댐이 가진 핵심 역할 중 하나다. 물이 떨어지는 낙차를 이용하여 전력을 만들어내는 수력발전은 과정이 단순하고 시간도 길지 않아서 필요한 양의 전력을 신속히 생산할수 있다. 특히 공해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댐의 가치를 올려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를 가진 댐인 만큼 건설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다목적 댐인 충주댐의 경우만 해도 총 8년에 걸쳐 건설됐고, 6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자됐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 튼튼한 댐이라 할지라도 하루 아침에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댐들이 붕괴됐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막기 어려운 재난인 천재(天災)와 사람의 실수로 인한 인재(人災)가 함께 뒤섞여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댐 붕괴의 원인은 천재와 인재가 뒤섞여 발생

 

천재로 인해 댐이 붕괴된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1975년에 일어난 중국의 반차오댐 붕괴사고가 꼽힌다. 기록에 의하면 24시간 동안 1631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강우량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양이라는 것이 중국 기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같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많은 양의 비가 내리자 결국 흙으로 지어진 부분의 댐이 먼저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절대로 붕괴하지 않는다고 댐 관계자들이 자신했던 철로 지어진 부분의 댐마저 붕괴되며 사망자만 17만 명이 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반면에 인재에 의한 댐 붕괴 사례로는 지난 1985년에 벌어진 이탈리아의 스타바댐 붕괴 사고가 유명하다. 300명이 조금 안되는 사람들이 사망했지만, 60개가 넘는 건물들과 10여 개의 다리가 파괴됐다.

 

이 댐은 사고 이전에 외벽에 구멍이 생겨 보수작업을 실시했는데, 이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 여기에 비까지 많이 내려 결국 수압을 이기지 못한 상부 댐이 무너지면서 그 잔해가 하부 댐으로 몰려들었고, 도미노처럼 하부에 있는 댐도 붕괴되면서 전형적인 인재로 인한 사고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댐이 붕괴 됐을 때 이후 벌어질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앞서 붕괴 사례로 소개한 댐들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샨샤댐이 붕괴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에 하나 샨샤댐이 붕괴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선 30억 ㎥에 달하는 흙탕물이 하류를 휩쓸게 되면 강 주변에 위치한 수많은 마을과 논이 수몰되어 약 4억 명 정도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행히 수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더라도 댐 붕괴는 최악의 식량난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시성이나 저장성은 곡창지대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런 곡창지대가 수몰되면 쌀이 모자라게 되어 기아에 허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샨샤댐 붕괴는 상해나 난징 같은 대도시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도시 기능이 멈추게 되면 생산과 물류까지 중단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수만개의 기업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샨샤댐 붕괴가 비단 중국 내부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하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파괴나 서해로 쏟아지게 될 수천만 톤의 쓰레기 등,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황들이 벌어지게 된다면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URL: http://scent.ndsl.kr/site/main/archive/article/%EB%A7%8C%EC%9D%BC-%EB%8C%90%EC%9D%B4-%EB%B6%95%EA%B4%B4%ED%95%9C%EB%8B%A4%EB%A9%B4-20200810073000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