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철 작가 ‘의미부여의 조건’ 전시회
오브제 작품 속에 도구화된 이성 표현
“순수한 예술의 기반은 살고자하는 의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깨끗한 벽지가 싫었고, 크레파스나 숯으로 벽에 낙서하기를 즐겼다. 아들이 사회가 원하는 어엿한 군인으로 자라길 바랬던 아버지는 소년이 그린 그림이 달갑지 않았다. 아버지는 매를 들며 소년을 훈육했고, 그림 그리기를 엄금했다. 반드시 군인이 되어야 하는 사회에서 소년은 꿈을 이룰 수 없었다. 

청년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청년은 군에서 그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마음껏 그리지 못했다. 그림을 오로지 나라를 위한 선전물로 그려야 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청년은 꿈을 품고 남(南)으로 향했다.

 

기자는 7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담에서 열린 ‘의미부여의 조건’ 전시회에서 오성철(43) 작가를 만났다. 오 작가는 작품의 소재가 되는 숟가락에 대해 “도구화된 이성의 기표(記標·signifiant)다”라고 밝혔다. 기표란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기호에 대해서 설명할 때 쓴 개념이다. 기호의 의미가 기의(記意·signifié)라면 기표는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이다. 즉 숟가락은 도구화된 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 작가는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시장에서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의 생활고와 욕망,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의미부여와 작품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의미를 부여한 예술은 상술과 같았다”며 “캔버스를 목에 걸고 숨막힐 때까지 걸었다”고 덧붙였다. 오 작가는 “의미부여 된 예술에 가식을 느끼고 숟가락을 이용한 오브제(object) 형식 작품을 시도했다”며 “숟가락을 조형미와 믹스시켜 작업하게 됐다”며 작품을 시도한 계기를 밝혔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회와 작품들에 대해 “이성과 이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다양한 의미부여를 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들은 숟가락이 부러지거나 맑은 물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과 이성이 통제하는 매너리즘을 표현해봤다”고 작품의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어떤 사고와 도구화된 이성들 인류가 문명이라고 자랑하며 의미부여하는 것들이 어디에 기반하고 있는지 예술은 그것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예술도 삶도 있는 그대로 바라봄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 팸플릿에도 오 작가가 숟가락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다. 그에게 예술의 본질은 살기 위한 의지이다.

 

그가 만든 작품들을 현대 미술의 한 장르라며 멋쩍게 웃는 오 작가. 현대 미술이 자연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독특한 세계를 재창조한 것처럼 그가 창조한 숟가락에도 단순함과 난해함 경계를 모호하게 걸쳐 놓은 독창성이 엿보였다. 기자가 떠난 날 그는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에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기자님이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뭔가 그럴싸하게 의미부여로 포장을 하고 있는 자신이 보인다”며 자조 섞인 글을 올렸다.

한편 오성철 작가의 개인전인 ‘의미부여의 조건‘은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 담에서 이번 달 30일까지 진행된다.

ssj@ggilbo.com

오성철 작가 약력

 

-1994~2003 조선인민경비대 선동 선전부 직관원

-2003~2006 온천제염단과대학 공학과

-2006~2007 온천군 보위부 후방과(외화벌이)

-2007~2012 중국 심양 거주

-2015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상

-2015 P.S. I love you 프로젝트 참가 (선재아트센터)

-2015년 8월 개인전(정수화랑)

-2015년 9월 광주아트페어(광주 김대중컨벤션 센터, 정수화랑)

-2016년 한남대학 조형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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