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충남친환경농업연구센터 기술실용화팀장

 

최근 몇 년간 매스컴 등을 통하여 ‘착한 소비’란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농산물’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착한 농산물은 착한 농부가 만든 것일까, 가격이 싸서 착한 것일까, 아니면 생김새가 예쁘게 생긴 농산물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가 식료품을 사기 위해 자주 찾는 대형매장은 대부분 친환경농산물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유기농산물만을 취급하는 전문매장도 동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본인 혹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일반농산물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구입하는 농산물이 어떤 땅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를 따져보다 보면 친환경농산물에는 건강한 먹거리라는 가치 외에도 전체 생산과정에 자연환경 보호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및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창출하는 더 큰 가치가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성을 갖게 하는 지속가능 농업의 기본적 요소로 관행농경지보다 유기농경지에서 평균적으로 30%의 생물종이 많고 개체수도 50%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유기농업은 그 외에도 토양유실 방지, 토양의 질 개선,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저장 등 매우 많은 순기능을 갖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유기농업의 종합적 가치는 관행농업과 비교할 때 논(벼)의 경우 20~45%, 밭(과수)의 경우는 2~4% 높으며 농업환경 보호에 따른 유기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7000억 원~1조 1000억 원으로 시장가치에 비해 2.2~3.5배에 달한다.

이제는 친환경농산물을 내 건강을 위해서 소비한다는 개념을 넘어 생태계의 건강, 지구의 건강을 위한 ‘착한 소비’, ‘녹색 소비’, ‘가치 소비’, ‘윤리 소비’의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생산과정이 더 어렵고 힘들지만 농약과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지구환경을 살리는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좀 더 싼 값이 아닌 정당한 대가, 농민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도 소득이 유지되는 가격에 사주는 것이 바로 착한 소비가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밀레니얼세대(80년대 초~90년대 중반 출생) 및 Z세대(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지구 환경오염과 관련하여 일반 공산품에 있어서도 친환경이라는 트렌드가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생산 및 거래과정에서 공정한 룰을 지킨 상품, 좀 더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 가격보다 더 중요한 구매결정 요소가 된다.

농산물에도 이제는 ‘착한 농산물’ 소비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다소 못 생길 수 있고, 조금 비쌀 수도 있고, 구입이 약간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친환경농산물이 바로 ‘착한 농산물’이고 그것을 구입하는 것이 바로 ‘착한 소비’다.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내 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착한 소비를 하는 것으로 소비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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