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참가해 우승하면 10억 원을 준단다. 한 인터넷방송국이 주최한 10억 상금의 서바이벌 게임에 네티즌들이 초대됐다. 7일간의 게임 후 8명의 참가자와 2명의 방송진행자 중 9명이 죽었다. 한 명의 생존자는 기억상실 상태로 호주경찰에 의해 발견된다. 이들에게는 공통된 비밀이 있다. 게임주최자(PD)의 부인이 어느 비디오 대여점에서 괴한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현장에 있었다. 부인이 죽어갈 때 단 한 명도 구원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다. 남편(PD)이 방관자들을 상대로 복수에 나선 것이다. 영화 ‘10억’의 줄거리다.▶영화 같은 일이 며칠 전 미국 뉴욕에서 벌어졌다. 뉴욕 퀸스에서 소매치기를 잡으려다 다친 ‘착한 사마리아인’을 행인 수십 명이 못 본체 지나가는 CCTV 동영상이 공개돼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인 테일-약스(Tale Yax?31)는 한 여성을 소매치기하려던 건장한 남성과 실랑이하다 칼에 가슴을 여러 번 찔렸다. 범인과 여성은 도망갔다. 그 곁을 한 남성이 시선을 외면한 채 무심코 지나쳤다. 그 후 약 25명이 약 두 시간 동안 모른 채 지나갔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테일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숨졌다. ▶45억 2000만 원. 우리나라 경매 최고가인 박수근의 ‘빨래터’ 가격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거의 잊혀진 단어 ‘빨래터’. 옛날 아낙들의 빨래터에선 집안일부터 동네소식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빨래터가 소통의 원천이자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현대사회에 잊혀진 기억들은 많다. 이사 오면 이웃에게 떡 돌리는 모습, 동네어귀서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 등등. 그 빈 자리를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앞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기 어렵다. 주차문제나 층간 소음문제로 윗집 옆집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과 싸우기 일쑤다. ▶작가 말콤 그래드윌의 신작 ‘아웃라이어’는 산골마을 로제토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유한 마을이 아닌 평범한 곳이었는데 자살률과 범죄율이 눈에 띄게 낮았다. 해답은 운동이나 주거환경이 아닌 그 마을 자체의 특성에 있었다. 로제토 마을에는 3대가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았다. 2000명인 마을에 모임이 22개나 된다. 또 서로의 집을 격의 없이 방문하고, 이웃을 만나면 한참 담소를 나누었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확장된 가족으로 살았던 것이다. 갑자기 꽤 인기를 끈 코미디 프로가 생각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에서 이젠 ‘공동체가 희망’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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