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화두는 ‘성인지감수성’이다.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하는 성인지감수성을 공무원 및 시민들이 갖추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일하는 조직의 환경에 따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전시는 최근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이슈의 근본에 있는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추진체계를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성범죄조사’ 받는 공무원 하루 한 명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공직사회에서 성인지감수성 관련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대전에서도 공무원의 불법촬영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에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대전 대덕구청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는데 30대인 9급 공무원인 A 씨가 유력 용의자로 밝혀졌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대덕구는 곧바로 A 씨를 직위해제했으며 박정현 청장은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전했다. 대덕구는 즉시 여성공무원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화장실 내부 시설 개선, 취약공간 CCTV 추가 설치, 디지털성범죄 및 성인지교육 강화 등과 함께 동행정복지센터, 복지기관 등 대덕구가 운영하거나 민간위탁하고 있는 모든기관 전수조사도 진행했다.

앞서 지역 내 다른 구청에서도 피해자를 협박해 음란 동영상을 찍게 한 뒤 전송받는 등 공무원들의 성범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성인지감수성 관련 사회적 문제는 전국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경찰청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국가·지자체 공무원은 940명에 달해 한 해 평균 300건의 공무원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하루에 한 명꼴로 공무원이 성범죄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은 셈이다. 성범죄 혐의가 입증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 10명 중 6명이 재직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

건별로 보면 같은 기간 998건의 조사가 있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으로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강제추행이 872건(87.3%)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이 104건(10.4%), 유사강간 11건(1.1%), 기타 강간·강제추행 11건(1.1%) 순이다.

이와 함께 성범죄 혐의가 입증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 중 58.6%가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공직사회에서 성인지감수성 관련 사회적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대전지역 여성단체 관계자는 “대전의 경우 양성평등지수는 높지만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는 척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일부 공무원의 성인지 감수성과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전체 공무원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나선 대전시

대전시는 성희롱·성폭력 없는 직장,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사업을 통해 양성평등한 조직을 구축하고 공직사회의 조직 몰입도와 직무만족도 향상을 도모하고 나섰다.

먼저 시는 2018년 시 소속 모든 종사자 1만 203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실태를 조사했으며 ‘종사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여부’에서 응답자의 5.3%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지난해 시 소속 모든 종사자 1만 3712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평등 의식조사를 조사한 결과, 조직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은 28.9%에 불과하지만 여성은 47.7%에 달했다. 현재 근무하는 직장이 불평등한 이유에 대해서 조직문화와 관행이 남성위주라는 답변이 35.4%, 여성의 일·가정 균형이 어려워서 15%, 관리자의 불평등한 인식이나 태도 때문에 11.9%, 업무가 남성과 여성의 일로 분리돼 있어서 9.6%, 구성원들이 무관심하기 때문에 7.9%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만들기 10대 과제를 도출하고 공무원 대상 성인지 교육을 실시했다. 10대 과제 선정은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시 산하 공무원 및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모두 155명이 참여해 162건의 아이디어(복수응답 포함)를 제안했다.

선정된 성평등한 조직문화만들기 10대과제는 ‘슬기로운 직장회식문화 함께 만들어 갑시다!’, ‘동의 없는 성적 농담이나 접촉은 안됩니다’, ‘외모 말고 실력을 칭찬합시다’, ‘공적 시간에 충실하고 사적 시간을 존중합니다!’, ‘다과준비는 손님 응대하는 분이 직접 합시다!’, ‘공적 시간에 충실하고 사적 시간을 존중합니다!’, ‘업무배치는 평등하게 자리에 이름표는 없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성평등을 생각합니다’,‘인사철 성별은 묻지 말고 일 잘 하는지 물어봅시다’, ‘상사와 부하, 남성과 여성이 아닌 직장동료로 인정합니다’, ‘그 여자(남자) 그 아줌마(아저씨)가 아니라 그 직원입니다’등의 생활 속 실천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중 ‘하지말아야 할 말과 행동 100가지’ 개선사항에 대한 일상에서 쓰이는 성차별적 언어 및 행동변화 지침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시는 2019년 6월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으로 전 직원 성인지교육 실시를 의무화해 성인지교육 3시간, 폭력예방교육 4시간을 이수하게 했으며 사이버교육과 인재개발원 교육(연 2회+필수교육과정 2시간 배정), 등 및 성별영향평가 컨설팅 등 소규모 교육을 통하여 업무담당자 성인지 감수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하반기에는 직장내 4대폭력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기관별 소규모 교육을 지원해 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간부공무원 및 5급이하 직원들에게 온라인, 집합교육 병행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 할 방침이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상담창구 운영도 강화한다. 시는 행정포털사이트를 통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상담’ 게시판을 운영해 온라인 창구를 열고 사업소 등은 주무부서 42개 기관에 97명 상담원을 지정해 고충상담창구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달부터는 사전상담으로 피해를 예방하고자 김경희 성인지정책담당관을 초기 고충상담을 위한 핫라인으로 지정하였으며 하반기 고충상담원 교육을 실시하여 상담창구 홍보와 신고기능도 강화한다. 시 홈페이지 및 시도포털시스템에 개설·운영 중인 ‘성인지감수성 충전소’ 활성화를 위해 자가진단, 성인지 교육 등을 담은 웹툰을 게재하고 하반기 사회이슈에 따라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내용도 수시로 게시할 예정이다.

김경희 성인지정책담당관은 “성인지감수성에 기반을 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의무적인 교육과 함께 스스로의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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